佛경찰, 작년에도 운전자 13명 사살…"대부분 흑인·아랍계"

입력 2023-07-01 21:17   수정 2023-07-03 18:20

佛경찰, 작년에도 운전자 13명 사살…"대부분 흑인·아랍계"
2017년 '도주 운전자 사격 가능' 입법 후 사망 급증…"훈련 전무"
"프랑스 경찰, 다른 유럽보다 대중과 거리 멀고 대립적"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경관의 총격에 10대 알제리계 소년이 사망한 일로 들끓어 오르는 프랑스에서 최근 증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최근 수년간 발생한 국내 테러를 계기로 경찰이 더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적절히 운용할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숨진 나엘(17)을 포함, 올들어 프랑스에서 교통 검문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사망한 이는 모두 3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한 해 동안 2건, 2021년에는 3건에 불과했으나 작년 13건으로 급증했다.
관련 희생자의 대다수가 흑인이나 아랍계 출신이라는 점을 두고 현지 인권단체 사이에서는 프랑스 사법기관의 법집행 과정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인종주의 SOS'(SOS Racisme)의 대표 도미니크 소포는 "경찰들은 흑인이나 아랍인들을 보면 고함을 지르는 대신 인종차별적 말을 내뱉거나 머리에 총을 쏘는 경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2월 경찰의 차량 검문에 불응해 도주하는 운전자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된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2016년 니스 트럭 테러 등이 이어지면서 치안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도입된 조치다. 이듬해 의회에서 이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과거 프랑스 경찰관들은 즉각적인 위험에 처했을 때에만 정당방위 차원에서 차량에 총격을 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운전자들이 도주하는 가운데 인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면 발포가 허용된다.
하지만 주행 중이거나 과속하는 차량에 발포하는 행위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많은 도시에서 금지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일례로 뉴욕 경찰은 1972년부터 통상적인 경우 자동차에 총을 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미국 연구단체 경찰행정연구포럼(PREF)의 간부인 척 웨슬러는 "프랑스의 정책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프랑스에서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첫 9개월간 모두 5명의 운전자가 경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전 5년간 발생한 사고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NYT는 "프랑스에서는 해당 법안 통과 후 평균 2개월 반마다 1건씩 총격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과 비교해 6배로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에 "2012년에서 2021년까지 경찰의 검문 정지 요구를 거부하는 사례가 2배로 늘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총격 사망 증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률의 폐지를 주장하는 경찰노조 '알리앙스 폴리스'의 프레데릭 라가슈는 "이 법과 관련해 어떠한 훈련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총격 판단과 관련한 상황,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 등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 감사원의 작년 보고서를 보면 전체의 40%에 이르는 경관들이 사격 훈련 3회 참여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NYT는 프랑스의 저명한 정치인들이 법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현지 대표적 언론사인 르몽드는 사설에서 법 개정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EELV) 대표는 "17세 소년이 죽었고, 그 영상이 남았다"며 "2017년부터 발생한 고질적 문제를 더는 정치적으로만 다룰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다른 유럽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프랑스 경찰의 구조나 접근방식이 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프랑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기보다는 국가나 정부의 수호자라는 인식이 있으며, 그 결과 프랑스에서 경찰과 대중의 관계가 북유럽이나 독일, 영국에서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8∼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권을 향한 '노란 조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총 2천500명의 시위 참여자가 다쳤고, 이중 실명하거나 팔다리를 잃은 경우도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만 연금개혁 반대 시위 등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만 1천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범죄학자인 세바스티앙 로셰는 프랑스 경찰이 시위대를 진정시키보다는 대립을 통해 긴장감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은 상관에게만 반응하고, 사회로부터는 격리돼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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