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제닌…이스라엘군 서안 작전에 4천명 피란

입력 2023-07-05 09:42   수정 2023-07-06 08:46

피로 얼룩진 제닌…이스라엘군 서안 작전에 4천명 피란
군인 주거침입·공습·불도저 건물파괴 등 '막무가내 기습'
사흘만에 철수…유엔 '삶의 권리 해치는 인권침해' 비판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테러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단행된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난민촌 기습으로 피란민 수천명이 발생했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작전이 이뤄진 제닌의 니달 알-오베이디 시장은 4일(현지시간) 난민촌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4천명 정도가 친척 집이나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난민촌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은신처라며 무기를 파괴하고 압수한다는 이유로 지난 3일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기습에는 지상 병력뿐만 아니라 공습까지 동원됐다.
부비트랩(폭발물 덫)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군사용 불도저까지 투입돼 도로와 건물을 파괴했다.
작전 과정에 기간시설이 훼손돼 전력과 물 공급이 차단되면서 주민들의 고충이 심해졌다.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압적 행태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케파 자야사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우격다짐 집 안에 쳐들어와 가족들을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인들이 아이들 밥 먹이는 것까지 막고 밖에서는 응급환자를 실은 앰뷸런스 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움 하이탐 알 바타위(66)는 "이웃들이 찾아와 지붕에 있는 저격수가 2시간을 줄 테니 떠나라고 했다고 전해 밤 9시에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겁에 질려 허겁지겁 떠났다"며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나는 먹던 약도 못 가져왔다"고 하소연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삶의 권리 보호와 존중을 비롯한 국제인권 규범과 기준과 관련해 이번 작전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사이의 교전에서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3∼4일 이틀 동안 이스라엘군의 작전 때문에 숨진 이들이 13명, 다친 이들이 수십명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최소 10명이 무장세력 조직원이었다면서도 세부상황에 말을 아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돌을 던지며 항의하는 젊은이들이나 대치와 관계없는 이들이 살해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스라엘 군인 1명도 살해됐다.
이번 작전은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일단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됐다.
제닌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밤늦게까지도 교전을 지속하다가 5일 0시를 조금 넘어 떠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무기, 폭발물 재료, 숨겨둔 자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물건이 무장세력 은신처뿐만 아니라 민간인 지역에서도 나왔고 이슬람 사원에서도 압수 사례가 1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참사를 부른 이번과 같은 기습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제닌 근처 군 초소를 찾아 "지금은 임무를 마무리하지만 제닌에서 이뤄진 광범위한 작전은 일회성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국수주의 성향의 네타냐후 총리가 권좌에 돌아온 뒤 더 심해졌다.
부패와 권위주의 논란 속에 총리직에서 쫓겨난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극우, 초정통파 유대교 등 강경파들과 손잡고 승리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진압한다는 이유로 작년부터 거의 매일 수색이 이뤄졌으나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폭력 사태의 근본 원인이 56년에 이르는 이스라엘의 점령, 유대인 정착촌 확대, 유대인 정착민들의 극단주의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들 지역을 독립국 수립을 위한 영토로 본다. 국제사회는 전쟁으로 점령한 지역에 정착촌을 세우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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