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곤충 사업으로 유니콘 꿈꿉니다"

입력 2023-07-28 07:03  

[스타트업 발언대] "곤충 사업으로 유니콘 꿈꿉니다"
'곤충 스마트팜' 기술 개발 김태훈 푸디웜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태도를 묘사할 때 '벌레 보듯 한다'라고 한다.
이 말은 벌레가 보잘것 없고 하찮은 존재라는 인식에서 비롯한 표현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주 쓰는 이 말이 근거를 잃어 가고 있다.
관련 연구가 진전되고 사육·가공 기술이 발달한 영향으로 지저분하고 쓸모없는 벌레로 여겨졌던 곤충이 지구촌 과제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단백질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생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농업법인으로 출발한 푸디웜(Foodyworm)은 친환경 곤충을 활용한 사업 기반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파리목(目) 곤충인 동애등에를 사육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앞세워 기업가치를 급속히 불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2023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천억원 미만 유망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린 푸디웜은 곤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기후 테크(기술) 기업을 지향한다.
푸디웜이 현재 사업화에 주력하는 곤충은 동애등에다.
성충이 검은 벌처럼 생긴 동애등에는 산업적 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곤충으로 꼽힌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다양한 유기성 폐기물을 먹어 분해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주고,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유율이 높아 가축 사료로 쓸 수 있다.
김태훈(40) 대표는 동애등에는 하수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슬러지(침전물)나 가축 분변까지 먹어 치우지만 성충이 되면 섭식(攝食) 구조 퇴화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파리와 다르게 병균을 옮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 어떤 사업을 하나.
▲ 첫째가 곤충을 키우는 사업이다. 우리가 개발한 푸디큐브라는 스마트팜을 이용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대량 사육할 수 있다. 자동화 사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곤충을 이용한 소재화 사업이다. 농가에서 키운 곤충을 사들여 단백질, 오일, 키틴질 같은 물질을 뽑아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소재로 공급한다. 또 곤충 단백질로 반려동물 사료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단백질 주요 공급원인 가축들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축에서 얻는 단백질을 곤충으로 대체하면 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 어떤 곤충을 활용하나.
▲ 지금은 주로 동애등에를 활용한다. 대량 사육이 가능하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용 단백질 시장에서도 곤충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올 것이다. 이에 대비해 갈색거저리(밀웜)나 귀뚜라미 같은 곤충을 사업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 동애등에는 어떤 곤충인가.
▲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에서 전 세계로 퍼진 종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동애등에는 덩치가 큰 아메리카 동애등에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경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목적으로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먹이로는 뭘 주나.
▲ 반려동물 먹이의 원료로 쓰는 동애등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빵 부스러기 같은 식품 부산물로 제조한 먹이를 준다. 가축이나 양어 사료 원료로 쓰는 동애등에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공한 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인다. 하수 슬러지나 가축의 분변도 동애등에가 먹는다. 이런 걸 먹고 크는 동애등에는 기름을 뽑는 등 생화학적 소재로 사용한다.
-- 동애등에가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말의 의미는.
▲ 동애등에로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면 소각 처리할 때 발생하는 그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셈이 된다.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동애등에가 차세대 유기성 폐기물 처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 동애등에로부터 얻는 것은.
▲ 대표적인 것이 단백질이다. 동애등에 1kg에서 200~250g, 평균 23%의 비율로 단백질이 나온다. 이 단백질은 반려동물이나 가축 사료 원료로 쓸 수 있다. 가축 사료용 단백질로 물고기를 말려 갈아서 만든 어분을 주로 써왔는데, 지구온난화 문제 등으로 어분 단백질이 곤충 단백질로 교체되는 추세다. 화장품 원료나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오일, 껍질에서 추출하는 키틴질도 동애등에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국내외에서 동애등에 오일 성분을 활용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우리도 주름 개선이나 피부노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천연소재로 생분해되는 키틴질은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로 꼽힌다.
-- 곤충 단백질의 장단점은.
▲ 어분 단백질을 제외한다면 가장 저렴하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단백질원이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고 애완동물의 사료 알레르기 억제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분 단백질보다 비싼 것은 단점이다. 대량 생산·가공 기술 발달로 2025년쯤이면 가격 역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 푸디웜이 갖춘 가공 설비 규모는.
▲ 동애등에는 애벌레 단계에서 수확해 가공하는데, 충북 음성 공장에서 한 달에 500t까지 처리할 수 있다. 500t을 가공하면 100~120t 정도의 단백질을 얻는다. 곤충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사육 농가들을 계속 양성하고 있다.


-- 자체 개발한 푸디큐브는 무엇인가.
▲ 온도, 습도, 조도 등 사육 환경을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설과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는 장비 등으로 구성된 곤충 사육 통합 관리·지원 시스템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먹이를 깔아놓고 키우면 작은 플라스틱 상자 수천, 수만 개를 쌓는 것보다 한층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사육 농가와 종자·먹이 공급업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갖추어 놓았다.
-- 해외시장으로 나갈 계획이 있나.
▲ 올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는데,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로 나갈 충분한 체력을 비축했다고 보고 해외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10월에 한 달 정도 프랑스에 머물면서 유럽지역 곤충 기업·투자업체를 접촉할 예정이다. 회사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유럽의 한 환경기업과는 업무협약 및 투자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다. 우선은 곤충 스마트팜 수출에 주력한 뒤 해외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할 생각이다.
-- 매출 추이는.
▲ 2020년 15억원에서 작년 25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60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음성 공장에 짓는 곤충 소재 양산 시설이 내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가면 내년 매출이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투자 유치 실적과 향후 계획은.
▲ 현재까지 누적으로 국내에서 70억원 정도를 받았다. 연내에 유럽 투자사를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유럽도 투자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기후변화 관련 분야에선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 IPO(기업공객) 계획을 세웠나.
▲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투자유치가 원활히 진행되면 해외 상장도 검토할 생각이다.
-- 현재 팀원 규모는
▲ 37명이고 절반 정도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충북대 화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대학 시절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시기인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동애등에 연구팀에 들어갔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곤충으로 처리하는 기법을 연구하는 팀이었는데, 그쪽 박사님들과 소통하며 이어온 인연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현재 농촌진흥청 현장명예연구관으로 활동하는 김 대표는 "기후변화 문제를 곤충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곤충 활용 사업을 다각화해 유니콘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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