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허가만 받고 질질 끌기 못해…'사업권 되팔기' 제동

입력 2023-07-31 14:00  

신재생 발전허가만 받고 질질 끌기 못해…'사업권 되팔기' 제동
태양광 허가받고 2년 내 착공 못하면 허가 취소…연장도 엄격하게 추진
발전시장 참여 문턱도 높여…자기자본 비율 10→15%·신용평가 B등급 이하 배제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정부가 신재생 발전 사업 허가만 받은 뒤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척시키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사업권을 다른 곳에 팔아 차익을 챙기는 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발전 사업 허가가 있고 나서 2년 안에 착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허가가 취소되도록 하는 조건이 새로 마련됐다.
정부는 나아가 발전 사업 허가 단계부터 자기자본 비율 조건을 강화하고, 신용평가 B등급 이하 사업자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는 등 견실한 사업자 위주로 발전 시장 질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1일부로 '발전 사업 세부 허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인허가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에는 설비용량 10MW(메가와트) 이상 태양광·연료전지·풍력 등 신재생 발전 허가 이후 '공사 계획 인가 기간'을 새로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연료전지 발전은 2년,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발전은 각각 4년과 5년이다.
공사 계획 인가 기간은 발전 허가가 난 날로부터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인허가, 공사계획인가를 거쳐 착공에 이르는 기간이다.
발전 허가 날로부터 인가 기간 안에 착공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전기사업법 관련 조항에 따라 허가가 취소된다.
발전 사업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공사 계획 인가 기간을 연장하기를 희망해도 최소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산업부는 또 발전 허가부터 사업 개시에 이르는 '준비 기간' 연장도 엄격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간 정부는 사업자들의 신청이 있으면 기한 연장을 대체로 허용해왔지만 향후 개발 행위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등 조건을 엄격히 따져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팔아 이익을 챙기듯 신재생 발전 사업권만 따놓고 실제로는 사업을 제대로 진척시키지 않다가 사업권을 다른 곳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일부 업계의 관행을 정조준한 것이다.
신재생 발전 사업 신규 허가(3MW 이상)는 2011년 19건(1.4GW)이었지만 2021년에는 98건(10.3GW)으로 급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업권 중도 매각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데 몰두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전력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발전 사업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발전 시장 참여 자격도 강화된다.
발전 사업자의 자기자본 비율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인다. 또 예외 조항을 삭제해 신용등급 B등급 이하 사업자를 발전 시장에서 원천 배제한다.
초기 개발비 확보 여부를 심사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총사업비의 1%에 해당하는 최소 납입 자본금 기준이 마련됐고, 초기 개발비 지출 및 조달 계획 제출도 의무화됐다.
아울러 정부는 풍력 발전 사업지를 선점하기 위한 풍황(바람 상황) 계측기 '알박기' 관행도 손을 본다.
현행 규정상 풍력 발전 희망 사업자 간 부지 중복 상황이 벌어지면 계측기 설치 순서로 우선순위를 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지를 선점하고 전매할 목적으로 계측기를 '알박기' 식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풍황 계측기 설치 허가일로부터 3년 이내에 발전 사업 허가 신청을 하도록 하는 유효 기간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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