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한 '中 AI 굴기'…美디리스킹·시진핑 통제여부가 관건

입력 2023-07-31 16:07  

난관 봉착한 '中 AI 굴기'…美디리스킹·시진핑 통제여부가 관건
2030년 AI 세계 최강국 목표했지만 美의 AI용 칩 공급중단에 속수무책
中, AI에 정보 통제 염두…"中, AI 주도기업 번창 허용여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데이터가 석유인 인공지능(AI) 시대에 중국은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다."
전 구글 차이나 대표를 지낸 뒤 기술 벤처캐피털인 시노베이션벤처스를 창업한 AI 전문가 리카이푸가 2018년에 한 발언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국민 대부분이 '슈퍼 앱'인 위챗을 사용해 문자 송수신부터 병원 진료 예약, 세금 신고까지 모든 용도로 사용할 정도로 정보가 풍부하다는 걸 짚은 것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가용 학습 데이터양에 비례한다는 걸 강조한 언급으로 중국이 AI 최강국이 될 환경을 갖췄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감시·통제 국가라고 할만한 중국의 경우 어디서나 CC(폐쇄회로)TV로 얼굴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도 AI 이미지 생성에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 최상 환경 갖춘 中, 2030년 AI 세계 최강국 목표 세웠지만….
중국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4 대 1로 승리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5월 '인터넷+인공지능 3개년 실시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2개월 뒤인 7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그러고서 2030년 AI 세계 최강국을 목표로 설정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2017년 발표한 바 있다.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과학기술 '자력갱생'을 역설해온 중국은 미국과의 AI 기술 패권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리카이푸는 저서 'AI 슈퍼파워:중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중국에선 모방이 용인되며 속도가 최우선이고, 새 시장 선점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 여건이 갖춰졌다면서 이런 점이 미국보다 우위라고 역설했다.
이런 '중국식 환경'이 비영리 기업이었던 '오픈AI'가 자발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주력해 대화형 챗GPT를 세상에 내놓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능가할 수 있다고 리카이푸는 강조했다.
중국 궈하이(國海) 증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3천705억위안(약 66조2천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올해는 5천298억위안(약 94조6천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AI 투자는 147억5천만달러(약 18조8천억원)로 전 세계 투자액의 10%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AI 분야 벤처 거래 건수도 올 상반기 447건으로 미국의 3분의 2에 달한다.
최대 IT업체인 바이두,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중국 내 AI 선두 기업이다. 중국 인공지능산업도감에 따르면 중국 AI 관련 기업 수는 2016년 27만9천개에서 2022년 60만개로 늘었다.
올 초 미국의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지난 3월 바이두도 AI 챗봇인 어니봇을 출시했고, 그에 이어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용도의 통이첸원, 텐센트는 동영상·게임 용도의 훈위안 등을 선보였다.
지난달 6일 상하이에서 중국 최대 AI 전시회인 '2023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열려 400여개사가 참여해 거대언어모델(LLM), 반도체, 로봇, 자율주행 분야의 최신 성과를 선보였다.
바이두는 자사의 LLM인 '어니 3.5'가 중국어 능력에선 미국 오픈AI의 GPT-4도 앞섰다고 주장한다.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장은 "중국이 AI 관련 특허출원 규모, 출판, 인용 등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만만치 않은 장애물…中, 美디리스킹에 속수무책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이후 디리스킹 압박에 맞서 첨단 반도체만큼 중요 승부처인 AI 산업에서 미국과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전력이 달린다. 원천기술에서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1년 새 중국에 단계적인 AI 압박을 가해왔다.
우선 지난해 8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 우려를 이유로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GPU 반도체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A100, H100의 성능을 약 30% 낮춘 A800, H800을 중국용 칩으로 만들어 수출해왔다.
여기에 미 행정부는 작년 10월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사실상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했고, 조만간 AI용 저사양 반도체 수출 길도 막을 참이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 이외에 인텔, IBM, 퀄컴 등 미국 기업의 칩에 의존해온 중국 AI 기업들은 사실상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맞서 중국은 최근 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 등에 최첨단 AI 기술의 공동 연구·개발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규제로 고성능 미국산 칩을 들여올 수 없게 되자 공동 개발로 구형 칩 활용 방안 등의 대안을 찾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대미 항전 분위기도 조성하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일 사망한 인민해방군의 AI 워게임 전문가 펑양허 대교(대령)를 바바오산 혁명묘지에 안장했다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급 장교에 대한 그런 예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대중국 수출 중단으로 큰 피해를 보는 미국 기업들의 연합체인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와 공조하는 한편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과 셰펑 주미 중국대사 채널로 AI용 칩 수출 중단에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자력갱생의 공동개발을 한다고 해도 A100·H100을 따라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할 것 없이 바이든 행정부에 더 강한 대중 압박을 주문하고 있다.

◇ AI 검열·통제 필요성 느끼는 中 태도도 변수
중국 당국은 AI가 산업 측면에선 미국과 사생결단을 해야 할 사안이지만, AI 챗봇이 민감한 주제와 관련해 여과 없이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워한다.
검열과 정보 통제의 필요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오픈AI의 챗봇 대항마로 바이두의 어니봇이 출시된 지난 3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정보 제공업체들에 "기업 및 학술 정보 등을 해외 단체에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중국 최대 학술정보 사이트 '즈왕'은 해외 대학·연구기관의 자료 접근을 거부하고 있고, 시장조사기관 '윈드'는 외국의 주요 기업 증권 정보·거시경제 통계 제공을 중단했다.
중국은 이어 4월 AI 콘텐츠 관리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플랫폼 운영자에 부과한 'AI 서비스 관리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어 3개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중국은 애초 초안에 담겼던 '규정 위반에 대한 최대 10만 위안의 벌금', '3개월 내 시정 명령 이행' 등의 조항을 뺀 24항 규정이 담긴 '생성형 AI 산업 관리 임시규정'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중국에서 제공되는 AI 서비스는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로이터는 "가장 큰 불확실성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당국이 현재 AI 분야를 주도하는 민간기업이 번창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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