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초리김치빵'의 돌풍…아르헨 시의원 도전 김 알레한드로

입력 2023-08-08 06:02  

[인터뷰] '초리김치빵'의 돌풍…아르헨 시의원 도전 김 알레한드로
한인 2세 출신 변호사, 예비선거 앞두고 SNS서 선거동영상 인기몰이
"이민자 위한 목소리 낼 것…다음 목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원에 출마한 한인 2세 김 알레한드로(46) 변호사가 예비선거(PASO)를 앞두고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46세인 김 변호사는 SNS에 '우리 도시는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는 제목의 선거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 동영상이 2천5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면서 그와 선거동영상이 모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을 비롯한 페르필, 크로니스타, A25 등 현지 매체들은 그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고, 외신들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선거 동영상에서 김 변호사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바라보면서 "여기가 우리 도시이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도시 곳곳에서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민, 가게에서 일하는 이민자, 대학교에 가는 학생, 버스에 타려는 동양 청년, 집 문 앞에서 마테차를 마시는 할머니, 공원에서 쉬는 시민 등 다양한 인종과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을 선보이며 시의원 후보로서 포부를 밝혔다.
그의 선거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SNS에는 많은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중에는 "시의원 동영상이 꼭 시장 후보 동영상 같다. 이런 사람이면 꼭 투표하고 싶다"라는 댓글과, "언젠가 김 알레한드로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누가 준비된 후보이고 누가 말만 하는 정치가인지 안다. 그는 준비가 되어있다"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그는 이민자의 아들로 현지 여러 단체에서 일하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경험이 있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후보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소개했다.
또 그가 동양인 외모의 한인 2세라는 점과, 그의 가족이 이민 와서 힘들게 일하면서 풍족한 경제 기반을 닦은, 노동의 가치를 아는 모범적인 이민자 가정이라는 점도 현지인들에게 각별하게 어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초리빵(소시지 빵)에 한국인들의 밥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김치를 넣어 만든 초리김치빵이 우주에서 가장 맛있다는 말로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선거 동영상에서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IMF 외채' 혹은 '경제위기에 있는 거시 경제 상황'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소소한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게 잡는 정치가의 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이고 간단명료한 메시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간 점도 효과적이었다고 유권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처럼 그의 배경, 외모, 화법, 검증된 능력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그의 인기몰이는 SNS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원칙과 가치'당 소속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예비 시의원 후보로 출마해 오는 13일 PASO를 치르게 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회는 모두 60명의 시의원을 두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절반을 새로 선출한다.
이번 예비 선거에서 지지율 1.5%를 확보하면 김 변호사는 오는 10월 실시되는 본선에 진출하게 되며, 김 변호사는 예비선거는 물론 본선에서도 무난히 시의원에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해달라.
▲ 1976년에 부모님께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오셨고 난 197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의 한인교민들처럼 의류사업에 종사했고 난 일하면서 법대를 다녔다. 변호사가 된 후 의류 사업은 가족과 친척에게 맡기고 변호사 일에 매달렸다. 2010년도부터 한인회와 한인상인연합회에서 부회장으로 일했고 2019년 12월 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 시작부터 올해 3월까지 대통령실 법률 담당 대외협력국장으로 근무했다.
― 이번 시의원에 출마한 계기는.
▲ 여기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동양계 이민자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많은 차별과 억울한 일들을 겪으면서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한인회 부회장일 때 시 정부와 합의해서 한인들을 위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한국어로 볼 수 있게 했는데 2~3년 후에 담당 관료가 변경되면서 한국어 시험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시의원이 된다면 이를 관련 법으로 제정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 처음부터 시의원을 목표로 한 것인가.
▲ 소속당에서 하원의원 출마를 권유했다. 시의원 선거는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들이 별도의 등록을 하지 않아도 선거권이 부여되는데 하원의원 선거는 다르다. SNS에서 관심을 끌기 전까지 내 정치 기반이 한인, 볼리비아인 등 이민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시의원으로 출마한다고 한 것이다.
―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가 "보통 사람"이고 그들과 같은 "평범한 시민"이기 때문에 더욱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내 선거 동영상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특별한 내용도 없다. '우리 도시는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현재 내 선거 동영상은 트위터에서만 2천500만 뷰를 넘었다. 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여당 예비 시장 후보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이고, 유명한 야당 예비 시장 후보 동영상 뷰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특히 25세 이하 젊은 층의 지지가 높다. SNS를 잘 활용하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한몫한 것 같다.
― 이제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텐데.
▲ SNS의 인기를 거리에서 실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고 지지해 주고 있다. 한 예로 이번 주말에 초리김치빵으로 지지자들과 선거운동 폐막식을 하려고 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날짜와 장소를 변경해야만 했다.
―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2개 등급의 시민이 있다"는 광고는 신선했다.
▲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세계적인 대도시이고 아르헨티나가 이민자의 나라답게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있다. 그런데 이 도시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내가 1등급 시민인지 2등급 시민인지를 보려면 밖으로 나가서 우리 동네 쓰레기 컨테이너가 회색인지 검은색인지 확인해 보면 안다. 회색이면 1등급 시민이고 부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검은색이면 2등급 시민이고 부촌에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쓰레기 컨테이너만이 아니다. 부촌에서 전기가 끊어지면 빨리 해결해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렇듯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 시의원으로 당선된다면 포부는.
▲ 이번 선거는 예비선거이고 본 선거는 10월에 치러진다. 예비선거에서 1.5%의 지지를 받아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시의원이 된다면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상인들이 직면해 있는 수많은 시 정부 관료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다음 목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출마다.
― 코로나 팬데믹 때 아르헨티나 정부와 한국 정부의 가교역할을 했다는데.
▲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권이 출범하고 곧이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신속한 대응으로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었고, 대통령궁에서 대외협력국장으로 근무하던 내가 한국인 2세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와 연락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웃음). 그래서 대통령궁 태스크포스에 소속돼서 주아르헨티나한국대사관과 대한민국 각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서 코로나 대응 방안에 대해 값진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선 당시 한국의 자가 테스트 앱을 모델로 한 'CUIDAR'이란 앱을 개발해서 전 국민이 사용했다.
―한인 교포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싶은 말은.
▲ 더 많은 한인이, 더 많은 한인 젊은이가 현지 정치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한인 상점이 밀집한 7구역에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는데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번 예비선거에 7구역 구청장 예비후보로 교민 2세 서 호르헤(33)가 출마한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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