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자금 8조원 4년만에 주인 품에…양국관계 걸림돌 해소(종합)

입력 2023-08-11 17:02  

이란 동결자금 8조원 4년만에 주인 품에…양국관계 걸림돌 해소(종합)
이란, 한국에 노골적 불만 표시…"韓드라마 방영중단·가전 수입금지" 위협도
경제난 극심 이란엔 매우 요긴한 돈…미·이란 8개월 협상 끝에 동결해제


(서울·테헤란=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이승민 특파원 = 그동안 이란 핵 협상 문제와 맞물려 난항을 겪었던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의 매듭이 4년 3개월 만에 풀리게 됐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이날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9조2천억원) 규모의 돈이 동결돼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측이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됐다고 밝힌 액수는 60억 달러(약 8조원)다.
이 자금의 해제를 놓고 한국과 이란이 마찰을 빚으면서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수년간 갈등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왔다.
중동 산유국 이란은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한 원화 계좌로 한국에 대한 석유 판매 대금을 받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의 일환으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가 2019년 5월 동결됐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석유 결제대금 문제는 2021년 시작된 핵합의 복원 협상과 얽히면서 양국 관계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다.
이란은 동결 자금 문제로 우리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왔다.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만 따를 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이란의 주장이었다.
핵합의 복원 회담이 시작된 2021년 이란 지도층은 동결 자금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란에서의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동결 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한국 기업이 생산한 가전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2021년 1월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케미호와 선원을 나포했다가 약 석 달 만에 풀어줬는데 당시 원화 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합의는 이란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대화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 교역 악화와 자국 리알화 가치 하락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2015년 핵합의 당시 리알화는 달러당 3만2천 리알 수준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환율은 15배나 폭등했다.
이란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 동결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JCPOA 관련국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의 주요 교역상대국이었던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동결자금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상에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동안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이 이란과 물밑에서 핵협상을 진행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올해 6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12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석방 및 핵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을 위해 최소 3번 오만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미국 당국은 지난 6월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와 가스에 대한 대금 25억유로(약 3조4천590억원)의 지급을 승인했다.
미국과 이란이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협상의 장애물 중 하나였던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가 일단 풀린 것으로 관측된다.
nojae@yna.co.kr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