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 동결자금 해소, '빅딜' 이란 핵합의 복원으로 이어지나

입력 2023-08-11 16:08  

'스몰딜' 동결자금 해소, '빅딜' 이란 핵합의 복원으로 이어지나
미·이란, 레드 라인 긋는 차원 합의 가능성…포괄적 핵합의 불씨 살려
2015년 합의 복원되면 대이란 제재 해제되지만 갈 길 멀어
이란 "핵협상 포기 안해"…블링컨 "수감자 석방되면 더 많은 일 해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 절차에 들어간 것은 미국과 이란의 '스몰 딜'의 결과다.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인 수감자 석방, 한국 등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은 이 가운데 수감자 맞교환 및 동결 자금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외무부는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면서 한국에 동결된 자금 60억 달러(약 8조원)가 회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수감자 석방과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이제는 '스몰 딜'에 포함됐던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에 관해서도 합의가 도출되고, 나아가 이란에 대한 제재 전반이 해제될 가능성이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의 공식 확인은 없지만, 그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 중단' 등의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문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지난 6월 양국이 '임시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 이하로 유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을 허용하는 대신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보장받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임시 합의는 미 의회를 거쳐야 하는 합의가 아닌 '양해'(understanding)의 형태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2015년 타결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때 좌초된 JCPOA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분명한 '레드라인'(위반하면 걸맞은 대응이 뒤따르는 금지선)을 긋기 위한 성격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미국과 이란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감자 맞교환과 동결 자금 해제 차원을 넘어 이러한 '스몰 딜' 수준의 합의에 이르렀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그렇다 하더라도 대이란 제재의 해제까지는 갈 길이 아주 멀다.
그러나 핵합의 파기 후 최악의 대립을 이어오던 미·이란이 다시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합의로 인해 이란 안팎에서는 향후 미국과의 '빅딜'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15년 핵합의 때도 타결에 앞서 이란과 미국의 수감자 교환, 이란 해외자금의 동결 해제 등이 이뤄졌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수감자 교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핵합의 복원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5년 타결한 JCPOA는 이란이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도를 3.67%로 제한하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출범 후 트럼프 행정부 때 폐기된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해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핵합의 당사국이 모여 복원 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1년 넘는 대치가 이어졌다.
협상은 타결까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 몇차례 나왔지만, 번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란의 온건파 대통령 임기를 몇 달 앞둔 2021년 6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됐으나 타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3월에도 고공행진 하는 유가를 잡기 위한 방만으로 이란 핵협상 타결이 유력하다는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역시 최종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끝난 줄만 알았던 핵협상은 올해 들어 미국과 이란의 물밑 접촉이 재개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양국 고위 관리는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최소 3번 걸프국 오만의 중재로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냉랭했던 양국의 기류에 올해 변화 조짐이 나타났고, 이라크 내 이란 자금 동결 해제·이란 내 외국인 수감자 석방이 잇따라 이뤄졌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미국은 일단 수감된 자국민의 석방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회담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이 해제되는지 등을 묻는 말에 "이것은 (수감자) 가족들이 겪은 악몽이 끝나는 시작이지만, 이들을 데려오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이란의 제재가 완화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 소유의 자금은 제한된 계좌로 이체돼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며 이는 현 제재에서도 허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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