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땅속에서도 불타는 중"…하와이 산불 더 장기화 우려(종합)

입력 2023-08-13 11:15  

"나무들 땅속에서도 불타는 중"…하와이 산불 더 장기화 우려(종합)
진화작업 취재 사진작가 전언…가뭄으로 토양 건조해 쉽게 불붙어
닷새째인데 화재진압률 50∼85% 그쳐…"소방관들 잠 못자고 사투 중"
화재 발생 직후 경보 사이렌 안 울려…당국 대응에 비판 커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이 그 규모를 키우면서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마우이에서 소방관들과 동행해 화재 현장을 촬영 중인 전문 사진작가 대니얼 설리번은 "나무뿌리들이 땅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토양 온도가 화씨 180∼200도(섭씨 82∼93도)로 정도로 올랐다"며 "(지상에서는) 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땅속에서는 나무뿌리가 타고 있어 불이 어디서든 튀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관들은 지난 8일부터 24시간 내내 일하며 불과 싸우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잠을 자지 못했다"며 "바람이 적이었다가 다행히 며칠 동안 잔잔해져 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됐지만, 워낙 큰 산불이어서 진압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화재 발생 첫날인 8일 하와이 근처를 지나간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고 시속 80마일(129㎞)의 돌풍이 불면서 산불이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 등을 덮쳤고, 화재 지역도 3곳으로 확대된 바 있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12일 오후 현재 마우이섬의 기온은 섭씨 31도, 습도는 48%, 풍속은 최고 시속 21마일(34㎞)로, 산들바람이 부는 정도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하와이에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이어지면서 토양이 매우 건조한 상태로, 불이 붙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의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마우이섬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건조한'(D0) 단계인 지역이 전혀 없었으나, 6월 13일 3분의 2 이상이 'D0'나 '보통 가뭄'(D1) 단계가 됐다. 이번 주 들어서는 83%가 D0나 D1, '심각한 가뭄'(D3) 단계로 들어섰다.

진화 작업이 닷새째 계속되는 가운데 당국은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은 85%,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은 80%, 중부 내륙인 업컨트리 지역은 50% 진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보다는 다소 진전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진압 속도가 더딘 편이다.
불길이 다시 확산할 위험도 여전해 주민들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10분께 라하이나에서 북쪽으로 약 7㎞ 떨어진 카아나팔리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약 2시간 20분 만인 오후 8시 30분께 진압됐다.
이 화재는 당국이 주민들에게 휘발유(약 1만1천L)와 경유(약 1천900L)를 배급하던 지역에서 발생해 약 400대의 차량에서 대기하던 사람들과 인근 거주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전날인 11일 기준으로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에서 불에 탄 면적은 총 2천170에이커(8.78㎢)로 파악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는 80명이다.
이번 화재는 1960년 하와이섬 힐로에서 쓰나미로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63년 만에 하와이주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실종자도 1천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마우이 경찰서장 존 펠레티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숫자를 언급하며 "솔직히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 문제로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파악하는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숫자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이 산불 대응 과정에서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하와이 재난관리청이 지난 8일 산불 발생 당시 경보 사이렌 작동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데 이어 재난관리청 대변인 애덤 와인트라우브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재확인했다.
와인트라우브는 "우리 기록을 보면 주 정부나 카운티의 어느 누구도 사이렌을 작동시키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화재 당시 사이렌이 전혀 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와이가 0.5마일(8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도 실제 응급 상황에서는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화재로 집과 일하던 식당을 잃은 라하이나 주민 앨런 부는 "휴대전화기에 강풍과 화재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뜨긴 했지만, 휴대폰이 진동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경보 같은 것은 전혀 받지 못했다"며 "사이렌 소리도 없었다"고 CNN에 말했다.
다른 주민 콜 밀링턴도 "휴대폰에 긴급 경보가 뜨긴 했지만, 대피 통지는 아니었다"며 사람들이 상공의 "거대한 검은 연기"를 보고서야 위험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실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우이섬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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