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로는 오직 하나…'죽음의 덫' 된 하와이 해안도로

입력 2023-08-16 12:39   수정 2023-08-17 14:01

대피로는 오직 하나…'죽음의 덫' 된 하와이 해안도로
당국, 산불 진화 도중 우회도로와 고속도로 연결도로 속속 차단
경보도 안 울려…'강풍에 끊어진 전선 땅에 닿으며 불꽃' 영상 확산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주민들이 대피도 못 한 채 속수무책으로 '죽음의 덫'에 갇힐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1만3천명에 이르는 라하이나에서 대피 경보와 도로 통제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산과 해안 사이에 위치한 라하이나에서 화재 당시 외부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는 도로가 거의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차량 정체로 제때 빠져나가지 못한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송전선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며 라하이나를 집어삼킨 건 고작 9시간 만이었다.
목격자 인터뷰와 영상, 위성 사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6시 37분께 라하이나의 한 끊어진 송전선이 건조한 풀밭에 떨어져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이 불꽃은 땅을 점차 검게 그을렸고 불길은 인근 마당으로 급속도로 번져갔다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라하이나 산불이 처음 보고된 위치가 바로 이곳이다.
소방대원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현장 도착해 진화 작업에 돌입했고, 마우이섬 카운티 당국은 오전 9시께 화재가 100% 진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당국은 라하이나 산불이 재확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오후 3시 30분에는 라하이나와 외부를 연결하는 우회도로를 차단했다.
라하이나를 주변부와 연결하는 도로라곤 도시를 관통해 지나는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해안도로인 '프론트스트릿' 하나밖에 없어 주민들의 청원으로 2013년 건설된 우회로였다.
3시 45분에는 라하이나 중심지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마저 통제됐다.
화재 위험 때문에 도로를 폐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대피로는 프론트스트릿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런 와중에도 산불 대피를 알리는 경보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라하이나 쇼어스비치 리조트를 찾은 관광객들도 산불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하다 오후 4시 17분 처음 휴대전화 경보를 받았다.
해당 경보에는 '가족과 애완동물을 지체 없이 대피시키세요. 운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공항 방면으로 향하는 길은 정체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끊어진 전선이 늘어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부 관광객들은 상황도 모른 채 여전히 수영을 즐기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오후 5시 30분, 라하이나 중부에서 대피하던 한 50대 남성은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이 남성은 결국 라하이나에서 탈출할 유일한 출구인 프론트스트릿으로 향했다. 하지만 수많은 차량이 이 도로에 몰려들면서 이동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있었다.
오후 6시 치솟는 화염을 뒤로 하고 아슬아슬하게 탈출에 성공했을 때 프론트스트릿은 이미 연기에 갇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스쿠터를 타고 대피한 한 주민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토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는 들렸다"고 당시 아비규환의 상황을 전했다.
라하이나보다 먼저 산불 피해가 신고된 쿨라 지역에서도 전력 시스템 결함을 산불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마우이조류보호센터 보안 카메라에 찍힌 마우이섬 마카와오 마을의 7일 오후 10시 47분 영상을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밝은 불빛이 비치는데, 나무가 전선 위에 쓰러지는 모습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전력망 감시 기업 위스커연구소는 같은 시간 마카와오 10개 센서에서 전력망 관련 사고가 포착됐다며, 해당 영상 속 빛은 전선 결함으로 발생하는 '아크 섬광'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WP는 "전기적 오작동이 영상에 잡힌 것"이라며 "하와이 전력 시스템에 (산불) 당시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증할 데이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짚었다.
위스커연구소는 라하이나에서도 7일 오후 11시 38분부터 8일 오전 5시까지 34건의 전력 시스템 결함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미 라하이나 주민에 의해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에 대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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