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음 끌기 급한 中, 국경분쟁 재연 조짐에 바짝 긴장

입력 2023-08-31 14:12  

인도 마음 끌기 급한 中, 국경분쟁 재연 조짐에 바짝 긴장
분쟁지역 일방적 영토 표기 지도에 인도 강력 반발…중국, 자제 당부
내달 뉴델리 G20 주목…미·중, 인도에 공들이기 경쟁 예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정부가 내놓은 지도 한 장 때문에 인도와의 국경 분쟁이 재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쟁 기간에 대체로 공세였던 중국이 이번엔 수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중국은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적극적으로 나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국경분쟁을 해결하자고 합의하는 등 인도를 우군으로 만들려고 애써왔다.
중국 상대로 경제·안보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에 인도가 가까워지는 걸 막을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인도 등과 국경 분쟁 지역을 자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발간하면서 다툼이 되살아나 주목된다.


◇ 분쟁지역 中영토 표기에 인도 분노…국경분쟁 재연되나
중국이 29일 발간한 '공식 표준 지도'에 인도가 실효지배하는 인도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중국이 다스리는 인도 북부 악사이친 고원이 포함된 것이 발단이다.
이들 지역이 티베트 남부여서, 중국식 명칭을 단 지도라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지역이 중국 영토라는 명시적인 선언이었다.
문제의 지도는 인도 외에도 남중국해 일대 등을 자국 영토로 표기했다.
또 최대 우호국인 러시아의 아무르강(중국명 헤이룽장) 내 볼쇼이우수리스키(중국명 헤이샤쯔)섬 전체를 중국 영토라고 명기하는 등 여러 나라와 분란의 소지를 담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항의에 나서면 언제든 불거질 국경분쟁 사안이다.
중국의 이 같은 '탐욕'에 인도는 강력하게 대응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29일 "(중국이) 인도 영토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인도 영토가 중국 영토가 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같은 날 인도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 측이 경계(국경)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반발했다.
이에 중국의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이전에는 '강 대 강'으로 맞섰으나, 30일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인도 측이 "객관적이고 침착하게 (행동하길 바라며), 과잉 해석을 자제하길 바란다"는 말로 대응 강도를 크게 낮췄다.
중국 측은 그러면서도 해당 지도의 발간을 취소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는 3천800㎞ 길이의 국경을 맞댄다. 1914년 영국이 인도 북동부와 중국 티베트 간 국경을 그었지만, 이를 서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양국이 맞서고 있다.
특히 1959년 티베트 봉기를 일으킨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받아준 인도에 대해 불만이 컸던 중국은 1962년 전쟁을 도발했고, 그 이후에도 국경분쟁이 잦았다.
양국의 경제 발전 시기인 1993년부터 2013년 사이에 양국은 5개의 조약을 체결하고 국경분쟁을 마무리한 듯했으나, 2020년 다시 불거졌다.
그해 5월 판공호수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으로 라다크에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했다.


◇ 브릭스서 겨우 갈등 봉합한 中, 새 악재에 '난감'
사실 2020년 라다크 충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충돌 당시 인명 피해 상황을 보면 중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후 전개 과정을 보면 중국으로선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선 인도는 라다크 충돌 이후 3년여 동안 틱톡·위챗 등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수백개의 자국 내 접속을 차단했고, 중국의 투자도 금지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기업인 BYD(비야디)의 10억 달러(약 1조3천200억원) 규모 전기차 공장 건설 제안도 인도 정부는 거절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의 기업들이 중국을 기피하면서 인도를 대체지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중국은 경제 위기로 몰리고 있지만, 인도는 경제 성장을 구가하는 점만 봐도 양국의 처지가 대비된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선 근래 인도가 미국·일본·호주에 가세해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일원이 된 것이 가장 위협적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크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자세를 낮춘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까지 19차례 회담을 갖고서도 라다크 충돌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중국의 적극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이번에 봉합됐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국경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함께한 데 이어 이번 브릭스 회동에선 라다크 주둔 병력을 조기 철수하고 국경문제 해결 노력을 강화하자고 한 발 더 진전된 합의를 했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2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이 대국적 견지에서 국경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걸 봐도, 중국이 인도와의 국경분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안보 압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인도와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내친김에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인도를 끌어들일 태세다. 왕샤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 25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가 RCEP에 가입한다면 "매우 빠르게 증가해온 양국 무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장관이 "인도-중국 교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완연히 기울어 있다"고 지적하자 나온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처럼 인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행보를 지속해온 중국이, 표준 지도 발간으로 새 분란을 조성한 탓에 양국 관계 추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9월 뉴델리 G20 정상회담 시진핑·모디 별도 회동할지 주목
이제 국제사회는 내달 9∼10일 뉴델리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하는 이 회담에서 인도의 마음을 사려는 미·중 양국의 시도가 예상돼서다.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라다크 국경 분쟁과 관련해 유화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미국은 내달 미국 뉴욕에서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법의 지배에 입각한 국제 질서의 중요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모디 총리는 지난 28일 뉴델리에서 열린 'B20 서밋' 마지막 날 회의 연설에서 팬데믹 때 중국의 공급망 혼란을 비판하면서 "상호 신뢰와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인도에 투자하라"고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모디 총리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인 공급 통제 행태를 겨냥해 국제사회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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