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몽골제국 '다양성 존중' 찬사…대량학살 외면해 뒷말

입력 2023-09-05 10:10   수정 2023-09-05 17:17

교황, 몽골제국 '다양성 존중' 찬사…대량학살 외면해 뒷말
러시아 제국 호평 이어 '좋은 면 골라보기' 논란
오지 전교에 열망…억압받는 중국신자에도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세기 몽골 제국을 다스린 칭기즈칸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다양한 문화를 통합했다고 칭찬하자 대량 학살의 역사를 외면한 처사라는 뒷말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간의 몽골 방문 일정 중 마지막 날인 이날 현지 지도자들에게, 정복자였던 그들의 조상들이 "광대한 영토에 존재하는 여러 민족의 뛰어난 자질을 인정하고 이를 공동 발전을 위해 활용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오늘날 수없이 많은 분쟁으로 황폐해진 이 지구에서 국제법이 준수돼 한때 분쟁이 없던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 같은 상태가 재현될 수 있도록 하늘이 허락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의 리투아니아에서 베트남까지 세력을 확장했던 몽골 제국은 복속 지역의 학자와 엔지니어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하고 무역로를 보호했다.
이 과정에서 초강대국 몽골에 의해 지역적 분쟁이 종식되는 이른바 팍스 몽골리카의 시대가 열렸다.
더타임스는 교황이 말한 안정된 제국은 몽골 통치에 복종하기를 거부한 민족을 대량 학살해 수백만 명을 죽이고 나서 건설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몽골군이 고대의 관개 시스템을 파괴해 이란에 기근을 유발했고 성을 포위한 뒤 병자의 시신을 투석해 유럽에 흑사병을 퍼뜨렸다는 설도 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 때에도 러시아의 역사 일부를 호평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러시아 청년 신자들을 향한 화상 연설에서 "여러분은 위대한 러시아의 후예"라면서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표트르 대제와 마지막 여제 예카테리나 2세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경색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반영하듯 불만이 쏟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이를 정당화하려고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이나 러시아 제국의 영예 복원을 들먹이며 국수주의를 자극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몽골 방문은 멀리 떨어진 신앙 공동체에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오랜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몽골의 가톨릭 신자는 고작 1천450명이다.
교황은 약 1천 200만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탄압하고 있는 몽골의 이웃 중국에도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교황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좋은 그리스도인과 좋은 시민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바티칸(교황청)은 중국이 교황에게 충성을 맹세할 주교를 로마와 공동으로 임명하기로 한 2018년의 합의를 어겼다고 비난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부와 세속 기관들은 교회의 선교 활동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가톨릭교회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조용한 힘을 믿고 자비와 진리의 메시지를 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가톨릭교회가 외세에 종속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중국인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을 만나기 위해 몽골을 방문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수십 명의 중국인 신분을 숨기기 위해 코로나 마스크와 후드를 착용하고 교황이 참석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리'라는 중국인 남성은 가톨릭 뉴스 사이트인 크룩스(Crux)에 몇몇 사람들은 국경에서 강제로 귀국 당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황님, 우리 중국인(중국 교회)을 구해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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