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예술 부분, 국적 자격 완화키로…미국인 아니어도 가능

입력 2023-09-13 11:25  

퓰리처상 예술 부분, 국적 자격 완화키로…미국인 아니어도 가능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퓰리처상이 문학과 극(드라마),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미국 시민이 아니어도 수상할 수 있도록 국적 제한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퓰리처상 이사회는 12일(현지시간) 이들 분야에 대한 수상 자격을 영주권자나 '일생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이'에게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출품작은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한 것으로 한정된다.
새 기준은 2025년 봄에 시작되는 2024년도 수상 주기부터 적용된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성명에서 "우리는 문학과 드라마, 음악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을 쓰는 이들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수상자 선정 기준을 적절하게 수정해 심사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퓰리처가 상을 제정할 때 가졌던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이민자나 미등록 작가의 작품도 심사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한 문인들의 연명 공개서한에 응답한 것이기도 하다.
문인들은 지난달 미국 문학 웹진인 '리트허브'에 게재한 서한에서 "우리는 미국적 자아라는 것이 국가의 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며 "시상 자격이 없는 작가들의 목소리는 본질적으로 이 나라에 속해 있거나 이곳에 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서한의 서명자이면서 자신의 회고록 '구름을 움직일 수 있는 사나이'로 올해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잉그리드 로하스 콘트레라스는 "퓰리처 이사회가 수상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모두가 선망하는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된 작가들과 우리와 같은 문학 애호가들, 미래의 미국 문학 등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민 문학은 미국 문학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만시지탄이다. 퓰리처상 이사회가 지금이라도 자격 요건을 바꾼 것에 대해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리트허브 공개서한에 서명한 시인 하비에르 사모라는 "퓰리처 위원회가 마침내 자격을 완화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너무 오래 걸렸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그는 또 "이 결정은 미래의 작가들도 '미국'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래 세대는 문학을 즐기면서 그 영역을 무한히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다른 기관들도 이번 일에 주목해 더 이상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요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은 미국 예술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사모라는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에 기고한 논평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9살 때 부모를 찾아 혼자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이 기억을 담아 '솔리토(나홀로)'라는 회고록을 썼지만, 이 작품은 그가 미등록자라는 이유로 퓰리처상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당시 글에서 "이 나라에서 19년을 살면서 내가 목표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미국에서 태어난 특권을 가진 누구와도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저 인간일 뿐"이라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퓰리처상 보도 부문의 경우 이미 국적 자격 요건을 없앴다. 물론 미국 매체에서 생산된 보도여야 한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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