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시위 1주년에 시위촉발 아미니 부친 체포

입력 2023-09-16 23:15  

이란, 히잡시위 1주년에 시위촉발 아미니 부친 체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 보안당국이 히잡 시위 1주년을 맞아 구금 도중 의문사해 시위의 도화선이 된 여성의 아버지를 체포해 논란을 빚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인권 네트워크를 인용해 이란 보안군이 1년 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인권 단체의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서부 세키즈에 있는 아미니 아버지의 집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딸의 1주기를 추모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아미니의 아버지는 이후 풀려났지만, 당국은 기념식을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다만, IRNA 통신 등 이란 국영 매체들은 아미니의 아버지인 암자드 아미니 체포 사실은 부인했고, 그가 풀려나기 전 경고를 받았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미니의 아버지는 1주일 전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방식으로 딸의 1주기를 추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이란 당국은 시위 재발을 막고자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대규모 경찰과 군 병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을 보면 이런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수도 테헤란 서부 카라즈 인근의 고하르다슈트, 북부 마슈하드 등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영상 속 시위대는 "우리는 위대한 나라이며, 이란을 되찾을 것"이라고 외쳤고 차량은 경적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영상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란 관영 매체들은 당국이 불법 시위 현장 인근에서 소동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무산시켰으며, 여러 도시에서 '반혁명적 인사'와 '테러리스트'가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13일 당시 스물두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아미니는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체포됐다.
히잡 아래로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도 순찰대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조직이다.
아미니는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흘 뒤인 16일 숨졌다.
유족은 아미니의 머리와 팔다리에 구타 흔적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은 없다며 아미니의 기저 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이란 전역에서는 이후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시위대는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불태우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검은색 히잡을 벗어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잘랐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다.
또 당국에 체포된 인원만 2만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흐사의 이야기는 그녀의 잔혹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성, 삶, 자유에 관한 역사적 운동에 영감을 줬고, 이는 이란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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