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동선·기간 4년전과 달랐다…5박6일간 '8배' 4천200㎞ 이동

입력 2023-09-17 18:43  

의제·동선·기간 4년전과 달랐다…5박6일간 '8배' 4천200㎞ 이동
서방에 일정 미리 노출돼 무산 위기 겪기도…일자·장소 철저히 비밀 유지
군사협력 초점…김정은 2019년 조기 귀국과 달리 나홀로 극동도시 시찰 행보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인영 최수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극동 도시 시찰 등을 끝으로 17일(현지시간) 5박 6일(러시아 체류 기준) 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4년여 전 첫 방러 당시와 비교해 목적과 개최 방식, 동선 등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서방이 가장 면밀히 지켜보며 극도의 경계감을 표출한 것은 북러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의제였다.
앞서 서방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속하는 러시아와 코로나19에 따른 오랜 봉쇄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북한의 상황,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미일 3국에 대응한 결속, 악화한 미러간 갈등 등을 고려할 때 북러 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군사 분야에서 밀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인공위성 등과 관련한 첨단 우주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9년 4월에 열렸던 북러 회담과 상황이 많이 변한 것으로, 당시는 난관에 봉착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양국의 외교적 공조 방안이 주된 의제였다.

또 이번 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양국의 공식 발표가 아닌 서방매체를 통해 먼저 노출된 까닭에 막판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점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렸던 이달 10∼13일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EEF 개막 당일까지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나오지 않자,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북러가 양국 정상 대면 소식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 11일 오후로, 그 시각 김 위원장은 이미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 내에서 러시아를 향해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식 발표 이후에도 북러 정상회담 일자와 장소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체류 일정 기간과 이동 거리 역시 앞선 회담과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18일 북한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난 10일 북한 출발을 기준으로는 8박 9일, 러시아에 체류한 기간 기준으로는 5박 6일 간의 일정을 정상회담에 할애했으며, 러시아 내 이동 구간은 직선 거리 기준으로 4천200㎞가 넘는다.
이는 2019년 당시보다 체류 기간은 2배 이상, 이동 거리(직선거리 기준 약 540㎞)는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말 그대로 이번 방문 기간 러시아를 종횡무진 누빈 것이다.
전문가 등은 특히 이전과 달리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러시아와의 사전 조율 아래 철저히 '북러 간 군사 협력 확대·강화'라는 상징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러를 위해 지난 10일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 내에서 이동을 시작했고, 이틀 뒤인 12일 오전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북쪽으로 1천700㎞가량 떨어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까지 전용 열차를 타고 이동해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4년 5개월 만에 대면했다.
전문가들은 북러가 이곳을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한미일 등 서방을 겨냥한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우주 발사체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온 북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정상회담이 끝난 당일 김 위원장은 극동 도시 시찰을 명목으로 전용 열차를 타고 동쪽으로 1천180㎞ 정도 떨어진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김 위원장이 유일하게 방문한 곳은 러시아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 등을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이었다.
이어 그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1천130㎞ 떨어진 연해주 아르툠-1역에 도착해 16∼17일 이틀 동안 크네비치 군 비행장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태평양함대 등에서 러시아의 최신 해공군 전력을 시찰했다.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준비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미사일 시스템을 살펴봤고, 태평양함대 소속 대잠호위함 마셜 샤포시니코프에도 승선해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시스템 등을 직접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관광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일정 등을 소화한 뒤 아르툠-1역에서 남쪽으로 250㎞가량 떨어진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역으로 출발했다.
앞서 김 위장은 2019년 4월 첫 러시아 방문 당시에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만 2박 3일 간 머물며 푸틴 대통령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 출발, 북한 도착을 기준으로는 3박4일의 일정이었다.
더욱이 당시는 회담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은 주요 시설 시찰 등 예정됐던 다수 일정을 생략한 채 전몰 용사 추모 시설 방문 등만 한 뒤 조기 귀국했다.
당시 북러 정상회담 장소도 군사·우주 분야와는 거리가 먼 루스키섬 안에 있는 극동연방대학교였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정상회담 장소인 극동연방대에 숙소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방러 기간 내내 방탄 전용 열차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북러 간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양국은 아직 회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회담 당일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서방과 대립하는 러시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까닭에 서방이 우려하는 양국의 군사적 밀착은 이전보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2019년 4월 당시와 달리 이번에 러시아를 찾은 북측 인사 가운데는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과 강순남 국방상, 김광혁 공군사령관, 김명식 해군사령관 등 북한군 지도부가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러한 예측에 무게를 싣는다.
첫 회담 당시와 달리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만난 이후에도 홀로 극동 도시들을 시찰한 점도 이번 만남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첫 만남 당시 선물로 검(劒)을 주고받았던 양국 정상은 올해는 공교롭게도 자국산 소총을 서로 주고받았다.
이에 더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우주복 장갑도 선물했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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