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각성…튀르키예, 기준금리 20년래 최고치 30%로 인상

입력 2023-09-22 08:20  

에르도안 각성…튀르키예, 기준금리 20년래 최고치 30%로 인상
물가상승률 60%에 5%p↑…경제붕괴 조짐에 화들짝
"고금리는 죄악" 외치다 재선 뒤 4차례 연속 인상 '유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저금리에 대한 집착을 버린 튀르키예(터키)가 기준금리를 20년 만의 최고인 30%까지 끌어올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25%에서 5% 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긴축 통화정책도 예고했다.
이 같은 과격한 결정은 살인적으로 불릴 만큼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중앙은행은 올해 7월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튀르키예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85%로 정점을 찍은 뒤 떨어지다가 지난달 60%에 근접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린 올해 5월 대선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광범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이를 이행하려고 증세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되풀이된 파격적 금리 인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집하던 기존 통화정책 기조와 정반대다.
튀르키예는 중앙은행이 사실상 대통령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적 권한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는 국가로 평가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반적 경제학 이론과 달리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등 특이한 주장을 해왔다.
그는 "고금리는 모든 죄악의 부모"라며 통화정책에 종교적 소신까지 반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튀르키예 경제가 수십 년만의 최악 위기에 봉착하자 생각을 바꿨다.

기술관료로 구성된 새 경제팀은 기준금리를 바로 크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진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튀르키예는 8.5%이던 금리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뒤부터 이날까지 4차례에 걸쳐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인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소비자 물가 상승세를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튀르키예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돈이 생기면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얼른 써버리기 때문에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있다.
경제분석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달 보고서에서 "튀르키예 경제는 몇 달 전보다 어느 부문에서도 빨리 둔화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들어 이달 튀르키예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현재 등급에서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피치는 "정치적 고려사항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조정의 규모, 지속성, 성공과 관련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튀르키예가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긴축정책이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올해 6월 취임해 새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부 장관은 고금리가 일단 내년 중반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셰크 장관은 "물가안정이 현재 최고 우선순위"라며 "2024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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