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화약고' 코소보-세르비아, 무장테러 사건으로 긴장 고조

입력 2023-09-26 04:31   수정 2023-09-26 16:08

'발칸 화약고' 코소보-세르비아, 무장테러 사건으로 긴장 고조
코소보 북부서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세력 간 충돌로 5명 사망
책임 소재 놓고 '네 탓' 공방…"양국 관계 거의 파탄 수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코소보 북부의 세르비아 접경 지역에서 경찰과 세르비아계 무장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총 5명이 숨졌다.
코소보 정부는 무장 세력 중 일부가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세르비아 정부에 이들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셀랄 스베클라 코소보 내무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최소 6명의 용의자가 현재 세르비아 남부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베클라 장관은 "우리는 세르비아에 이들을 즉시 코소보 당국에 넘겨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전날 코소보 북부 주요 도시인 미트로비차 인근의 바니스카 마을에서 벌어졌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무장 괴한 30여명이 바니스카 마을 인근 다리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코소보 경찰 순찰대에 총격을 가했다.
이들은 이후 바니스카 마을의 정교회 수도원으로 도주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수도원을 포위한 경찰 병력과 심야까지 총격전을 벌였다.
교전 끝에 대치 상황은 전날 밤 종료됐으나 코소보 경찰관 1명과 무장 괴한 4명이 사망했다.
코소보 경찰은 총 6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2명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무장 괴한들은 야음을 틈타 수도원에서 빠져나와 국경을 넘어 세르비아로 도주했다고 코소보 당국은 주장했다.
코소보 당국은 아울러 이들의 은신처에서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소보 경찰이 은신처에서 찾아냈다며 공개한 사진에는 대구경 방사포탄, 기관총, 수류탄, 지뢰를 비롯해 소형 장갑차로 보이는 차량도 다수 포함됐다.
스베클라 장관은 "이는 수백명의 다른 공격자들을 위한 장비"라며 "이들은 코소보의 주권을 침해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연합(EU)이 중재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양국의 관계는 거의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이날 사망한 경찰관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어제를 기점으로 어떤 것도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쿠르티 총리는 무장 괴한들이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정치적·물질적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무장 세력이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이라며 자국이 개입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코소보 정부의 탄압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며 사태의 원인은 코소보가 제공했다고 맞섰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 사건의 책임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코소보와 세르비아 양측에 사태를 악화하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투명한 조사 과정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어제 일어난 유혈 사태는 갈등을 부채질하고 이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을 제거하기 위해 알빈 쿠르티가 펼치는 정책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코소보에 책임을 돌렸다.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3천여명이 숨지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입으로 1999년 전쟁이 종식되고서 코소보는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코소보를 세르비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면서 긴장·갈등 관계가 이어져 왔다.
180만명에 이르는 코소보 인구 중 알바니아계는 92%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세르비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지역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계다.
EU는 발칸반도의 안정을 위해 양국을 화해시키려는 노력을 2011년부터 기울여왔으나 두 나라의 해묵은 갈등은 잊을만하면 재연됐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북부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코소보는 이것이 사실상 영토를 분할하라는 요구라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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