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약국에 약이 부족해 약사들끼리 품앗이를 한다?

입력 2023-09-30 07:00  

[팩트체크] 약국에 약이 부족해 약사들끼리 품앗이를 한다?
약사 1천300명 참여하는 '오픈 채팅방' 개설돼 의약품 직거래
팬데믹 이후 지역 약사회서 채팅방 만들어 의약품 교환하기도
수급난은 일부 의약품 국한…"수급 불안정 의약품은 20종 정도"

(서울=연합뉴스) 김수지 인턴기자 =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일선 약사들과 소비자들의 고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약을 구한다' '특정 약을 보유하고 있는 약국이 어디냐'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약국의 재고 소진으로 약을 구하지 못하고 '약국 뺑뺑이'를 돌았다는 글도 있다.
한 네티즌은 "약사들도 약을 구하지 못해 서로 품앗이한다고 들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렇다면 약국에 약이 부족해서 약사들끼리 의약품을 직접 교환하고 있다는 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급난 해소를 위해 약사들끼리 의약품을 교환하는 건 사실이다.
일선 약사들과 제약업계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8월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약사를 위한 마켓'에는 현재 약 1천300명의 약사가 가입돼 있다. 약사들은 채팅방에 '구합니다' '있습니다'란 글을 올리며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교환하고 있다.
채팅방 개설자인 문석훈 약사는 "주변 약국들은 도매상이 대부분 같다 보니 수급 안 되는 의약품들이 비슷했다"며 "다른 지역에 있는 약사한테 우리 약국에서 동이 난 의약품을 물어보니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교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채팅방에는 하루에 200건 이상의 글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지역 약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대화방도 있다. 서울 강동구약사회는 지난해 3월 강동구 약사회원만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강동팜교품장터'를 개설했는데 현재 100여명의 약사가 활동하고 있다. 강동구의 약국은 240개 정도인데 약사의 절반 정도가 직거래에 참여하는 셈이다.
약국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약사법 제47조에 따라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이 없어 약국 개설자가 다른 약국 개설자로부터 해당 의약품을 긴급하게 구입하는 경우' 약국간 거래가 가능하다.
약사 간의 의약품 온라인 직거래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현상으로 보인다.
문석훈 약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의약품을 교환할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동구 약사회 유상준 정보통신위원장도 "팬데믹 전에도 약사 간의 거래가 있긴 했지만, 의료기기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고 의약품을 교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현재는 지역구 약사회나 약사 커뮤니티 등에서 약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도약사회에서 소속 약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492명)의 99%가 현재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수급 불안정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이란 응답이 67%를 차지했다.
약사 A씨는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약이 떨어져서 걱정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약국 문을 닫은 후에도 약을 구하려고 도매상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득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약사들이 환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병원에 연락해 처방전을 변경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약사 B씨는 "약의 효능만 같으면 되니 병원에 연락해 재고가 있는 동일 성분 조제로 처방을 바꿔 달라고 부탁을 드린다"며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죄송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하기 힘든 약을 다른 약에 끼워 파는 도매상도 있다고 한다. 약사 C씨는 "도매상에서 최소 주문 금액을 설정해 놓거나 잘 팔리지 않는 약에 구하기 힘든 약 하나를 끼워서 파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며 "약이 없으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선 약국에서 수급난을 겪는 의약품은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약사회 민필기 이사는 "약의 수급 불안정 상황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서 어제 재고가 많던 의약품이 오늘 갑자기 동날 수도 있다"며 "대한약사회에서 현재 파악한 수급 불안정 의약품은 변비약, 감기약 등 약 20종 정도"라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급 불안정의 원인은 하나로 꼽을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약사들의 불안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arcoal61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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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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