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해 월북미군 인계한 北…북미대화로 연결될지는 미지수

입력 2023-09-28 00:50   수정 2023-09-28 14:10

중국 통해 월북미군 인계한 北…북미대화로 연결될지는 미지수
北, 북미 직접 소통 대신 스웨덴 통한 간접 소통으로 물밑조율
美와 협상할 때 아니라고 판단한듯…분위기 전환엔 도움될수도
美는 대북 대화 의향…"北과의 외교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이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71일만인 27일(현지시간) 미국 측에 인계한 것은 일단 꽉 막힌 북미관계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이 킹 이병을 풀어주는 과정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북미 당국간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신병 인계도 중국을 통한 추방 형식을 취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일이 북미대화 재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의 대언론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킹 이병을 풀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내 미국인 억류 사건 등에서 영사 업무를 대행해왔다.
스웨덴 측으로부터 북측 의사를 전달받은 미국 정부는 스웨덴 측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한편 중국, 유엔 등에서 귀환 노력을 벌여왔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소개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미국과 북한 대사관이 있고,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는 사실상의 주미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다. 다만 이들 베이징과 뉴욕 채널을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북미 당국자간의 직접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이 이달 초 스웨덴 측에 추방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은 킹 이병을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얻을 바를 얻는 이른바 '인질외교'를 하겠다는 뜻은 일찌감치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발적으로 월북했다고는 하지만 미국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신병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반발과 대응에 따른 파장은 민간인의 경우와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정보 취득 또는 반미 홍보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득'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건강해 보이고, 정신상태로 좋아 보인다"며 석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스웨덴, 중국과 함께 북한 측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결국 2개월여만에 원만하게 해결된 이번 사안은 냉기만 감도는 북미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스웨덴과 중국이 중간에 나서긴 했지만 북미간에 간접 소통이나마 이뤄졌다는 것도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북미대화 재개의 직접적 단초가 될지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만약 이번 사안을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활용하려 했다면 판문점 소통 채널이나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였으나 북한은 직접 대화를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지난 13일 열린 북러정상회담 등 북한 외교는 최근 철저히 자기 진영 구축에 전념하고 있고, 한미일 등과의 관계 개선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
고위당국자는 킹 이병 석방 이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아주 열려있다"고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 생각에 이 사건은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도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덧붙여 북한과의 대화 의향을 강하게 발신했다.
이런 점에서 향후 북미간 대화 재개 여부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의지와 전략적 계산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북한에 양보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당국자가 대언론 설명에서 중국이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사의를 표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에 일정한 기여가 있었을 수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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