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 내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해산 선언…피란민 60% 넘어(종합)

입력 2023-09-29 04:07  

아제르 내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해산 선언…피란민 60% 넘어(종합)
자치세력 자칭 '공화국' 30여년 만에 소멸 수순…12만명 중 7만6천명 이미 떠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아제르바이잔에서 30년 넘게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사실상 해산 수순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 이후 사실상 백기 투항한 자치세력은 연말까지 자칭 공화국을 해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력 충돌 후 열흘도 채 안 된 시기에 지역 주민 60% 이상이 터전을 버리고 본국 아르메니아로 떠난 점도 해산 선언을 부추긴 요인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28일(현지시간) 자칭 '공화국'을 해산할 것이며 내년 1월 1일 이후로는 공화국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주민은 아르메니아계가 대다수인 지역이다. 1924년 이 지역을 편입한 옛 소련이 1991년 붕괴하자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자칭 공화국을 세우고 군대를 운영하며 세력을 형성해왔다.
이들의 분리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아제르바이잔과는 여러 차례 무력 분쟁을 빚었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포격하자, 30년 넘게 무력으로 맞서며 지역을 지켜온 자치세력은 맥없이 아제르바이잔에 통제권을 뺏겼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휴전에 합의했고, 무장해제를 하면 주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제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대탈출이 이어졌다.
무슬림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이 추진하겠다는 '지역 재통합'이 약속과 달리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에 대한 탄압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무력 충돌 및 휴전 합의 9일째를 맞은 이날까지 아르메니아계 주민 중 60% 이상이 삶의 근거지를 버리고 아르메니아로 줄지어 대피했다.
나젤리 바그다사리얀 아르메니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8시를 기준으로 7만6천407명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아르메니아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주민 12만명 가운데 63%가 이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난 셈이다.
바그다사리얀 대변인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 1만5천914대가 새로 등록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니콜 파니샨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향후 이 지역(나고르노-카라바흐)에 있는 아르메니아 민족은 모두 떠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경고해 온 '인종청소' 행위이며 조국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외교부는 파니샨 총리의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지역 재통합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떠나는 것은 개인적 결정일뿐 강제이주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에게는 "거주지를 떠나지 말고 다국적 국민들의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일부가 돼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은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아르차흐 공화국' 등 명칭을 바꾸며 이 지역에서 실효적으로 존속해왔다.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분쟁이 끊이지 않아 '캅카스의 화약고'라고도 불렸다.
30년 넘게 존속해온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이날 '공화국 해산'을 예고하면서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섬처럼 존재하며 명맥을 이어온 자치세력은 사실상 소멸하고 역사 속에만 남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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