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스카우트, 잼버리 그리고 아프리카

입력 2023-09-29 07:07  

[특파원 시선] 스카우트, 잼버리 그리고 아프리카
스카우트, 2차 보어전쟁 '소년 척후병'에서 기원
잼버리,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인사말 '잠보' 유래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지난여름 무더웠던 날씨만큼이나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가 있다.
바로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다.
지난달 1일 개막 이후 초기부터 부실 운영 논란이 제기되다가 예측 못 한 태풍의 북상으로 결국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하는 파행을 겪었다.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국제 행사다. 4년마다 열려 청소년의 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세계 청소년들이 지도자들과 함께 참가해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뜻깊은 축제다.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영국의 베이든 파월 경이 1920년 영국 런던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야영 대회를 '스카우트 잼버리'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 스카우트와 잼버리의 기원을 영국으로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카우트, 잼버리가 아프리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달 새만금 대회 사태를 겪으며 우연히 알게 됐다.

◇ 스카우트의 기원은 남아공 2차 보어전쟁?
2차 보어전쟁 발발 이튿날인 1899년 10월 12일 트란스발 공화국(현 남아공)의 소도시 마페킹에 보어인 7천 명이 들이닥쳤다. 당시 마페킹의 영국 수비대 병력은 10분의 1인 700명으로 수적으로는 절대적 열세였다.
그러나 이듬해 5월 17일까지 무려 217일간의 포위 공격에도 방어망은 뚫리지 않았고 결국 보어인은 물러났다. 당시 마페킹 영국 수비대의 지휘관이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파월 경(당시 대령)이었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소년 척후병(스카우트)의 활용이었다. 병력이 부족했던 파월 경이 소년들에게 정찰과 전령 임무를 수행하게 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스카우트(scout)라는 영어 단어에는 애초 척후·정찰(병)이란 뜻이 있다. 마페킹 전투의 경험에서 파월 경은 소년들에게 규율과 애국심을 가르치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그는 1907년 다양한 배경에서 선발한 22명의 청소년과 함께 영국 남쪽 브라운시섬에서 자신이 만든 훈련법으로 야영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듬해인 1908년 1월 자신만의 훈련법과 노하우가 담긴 '소년을 위한 정찰활동'(Scouting For Boys)이란 책을 펴낸 뒤 같은 해 11월 세계 최초로 보이스카우트연맹을 결성했다. 이 책은 유럽, 미국,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각국에서도 스카우트 연맹이 창설됐다. 현재는 170여개 국에서 5천700만 명이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과 금광 붐으로 남아프리카에 새로 이주한 영국 이주민과 네덜란드에서 먼저 이주한 보어인 간의 2차 보어전쟁에서 스카우트가 싹튼 셈이다.

◇ '잼버리'…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인사말에서 유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잼버리'(Jamboree)의 기원을 두고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먼저 영미권에서 '떠들썩한 잔치'라는 뜻으로 가끔 쓰인 속어라는 설명이 있다. '빨간 머리 앤'으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1915년에 발간한 '레드먼드의 앤'(Anne of the Island)에서 잼버리를 이 뜻으로 3차례 사용했다.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은 잼버리의 어원이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을 가진 북미 인디언의 단어인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여러 다양한 설 중에서도 필자에게 가장 솔깃하게 들린 건 잼버리가 아프리카의 주요 공용어 중 하나인 스와힐리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스와힐리어에서 '안녕'을 뜻하는 인사말 '잠보'(Jambo)가 어원이라는 설명이다.
파월 경이 19세기 말 아프리카 대륙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파월 경은 1920년 처음 '잼버리'를 사용한 이후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고 한다. '왜 잼버리라고 명명했나'라는 질문에 "그게 아니면 뭐라고 부르겠나"라고 모호하게 답했을 뿐이다.
그 기원을 두고 정설은 없지만, 잼버리는 이제 스카우트의 국제 야영 대회를 뜻하는 명사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감사원은 지난 18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유치·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다음 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 운영과 파행은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모쪼록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이번 사태의 잘잘못을 잘 따져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도록 하는 한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기를, 스카우트 잼버리와 인연이 있는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바라본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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