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 통일 33주년 총리 특임관 "남북 서로 관심 간직 중요"

입력 2023-10-05 08:00  

[인터뷰] 독일 통일 33주년 총리 특임관 "남북 서로 관심 간직 중요"
"독일 통일 완결됐지만, 완전하지 않아…내적 통일 종착점 없어"
18세 청년에 기본자산 2만유로 지급 제안…백만장자에 상속세 더 거둬 재원 마련

(함부르크=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통일 33주년을 맞은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총리실 정무차관 겸 동독 특임관(48)은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관심을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통일 3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함부르크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북한은 동서독과 달리 서로 접촉이 없어 훨씬 어렵더라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열려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제언했다.
서로를 알고, 독재체제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있어야 간절함을 간직할 수 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동독 출신으로 고향 에르푸르트에서 22세에 연방하원 의원으로 선출된 뒤 7선 의원으로 재임중인 슈나이더 특임관은 독일 내각회의의 공식일원으로 통일 이후 동·서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동독 지원 정책을 담당한다. 지난 5월 한국과 독일 정부간 통일문제 정례 회의체인 한독통일자문위원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지난주 내놓은 독일 통일 이후 현황에 관한 2023년 보고서에서 독일이 통일된 지 33년이 지났지만, 내적 통일을 달성하는 데는 종착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독일 통일은 완결됐지만 완전하지는 않다"면서 "경제 상황은 격차가 줄어들면서 더 좋아졌고, 동독에서 잘 살 기회는 1990년보다 뚜렷하게 개선됐지만, 동서독이 마음속에서도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여론이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동서독이 내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서로 경청하고, 이해하고, 하나의 국가가 되고 싶은 의지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데 동독 사람들은 아직도 이 나라에서 동등한 기회나 결정 권한이 없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독일 ZDF방송이 최근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 통일 후 33년이 지났는데도 2등 시민처럼 느끼느냐는 질문에 구동독인의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4년 전보다 그 비중은 4%포인트 늘어났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통일된 지 3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독 사람들의 20%가 한 번도 동독에 가보지 않은 것과 관련, "무지와 관심 부재의 징표"라면서 "이들은 동독에 가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굳은 이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일이 세대별로 미친 영향과 관련해서는 "통일 이후 우리 부모세대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1990~2000년대 높은 실업률, 불확실성, 실직에 대한 두려움, 평가 절하된 경험, 더는 유효하지 않았던 직업교육, 엔지니어 자격이 있는데도 보조 직공으로 일해야 했던 경험 등은 서독 사람들은 거의 경험하지 못한 것들로, 많은 동독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다만 동독에서는 제약이 많았고 자유를 얻은 것은 큰 소득이었다는 것은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동독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라고 전제했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두 딸과 같이 1989년 이후 태어난 통일 이후 세대에서는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 멋지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독일 가장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도 부모가 동독 출신이면 여전히 동독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구동독 지역에서 반이민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율이 높은 것과 관련,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구동독 지역에는 원래 부동층이 더 많아 지지도가 더 높지만, AfD는 독일 전체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지자 중에는 그냥 항의 차원에서 투표하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극우주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구동독지역인 작센주와 그의 지역구가 있는 튀링엔주, 브란덴부르크주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AfD가 이들 3개주 모두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정당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던 1989년 11월 당시 13살이었던 슈나이더 특임관은 자다가 일어나 독일 통일을 맞이했다. 그의 부모는 장벽이 붕괴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차에 태워 서독에 있는 친척 집으로 여행을 떠났다. 모두 회색이었던 동독과 달리 서독은 참 다채로운 색깔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후 그는 1995년 19세일 당시 약자를 향해 박동하는 심장을 지닌 채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하는 사회민주당(SPD)에 입당해 22세에 고향인 에르푸르트에서 처음 최연소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동독특임관으로서 동서독간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18세를 맞이하는 동서독 청년을 위한 2만유로(2천850만원)의 기본자산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재원은 상속 백만장자들에게 상속세를 더 거둬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동서독 간은 물론 빈부 계층간 자산 격차는 엄청나다"면서 "동독에서는 단 한 번도 자산을 형성할 기회가 주어진 적이 없었다. 기본자산제도는 독일 내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위 50% 가구의 자산은 동독지역이 평균 1만2천유로(1천700만원), 서독지역은 2만4천유로(3천420만원)로 2배로 차이가 났다. 상위 1%의 가구의 경우 동독은 300만유로(42억7천344만원), 서독은 1천200만유로(171억원)로 격차가 4배로 벌어진다.
슈나이더 특임관은 독일 인구 중 동독 출신 20%이지만, 사회지도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한 것과 관련, 정부 조직내 비중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경제, 학술, 법조, 미디어계에도 계속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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