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고 싶어"…탈레반 탄압 피해 '비밀 교실' 모인 여학생들

입력 2023-10-06 10:31   수정 2023-10-06 11:13

"학교 가고 싶어"…탈레반 탄압 피해 '비밀 교실' 모인 여학생들
비밀 학교조직 결성되자 수백명 체포위험 무릅쓰고 찾아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자국 여성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면서 일부 여학생들이 탈레반의 눈을 피해 만들어진 '비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8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비밀 학교 조직 'SRAK'는 여학생의 수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탈레반 몰래 여학생 400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교직원의 수는 150여 명에 달한다.
지하 등 은밀한 장소에 마련된 작은 교실에 모인 여학생들은 군인의 검문을 피해 영어, 수학, 과학, 재봉 기술 등을 배운다.
SRAK를 운영하는 25세 여성 파라스토 하킴(가명)은 탈레반 1차 집권 시기인 199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 운동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학교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킴은 "여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주는 것만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교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날 밤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말했다.
교사로 일하던 마리암(가명)은 이날 하킴의 전화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이다.
마리암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일터를 잃고 집에 갇혀 '좀비'처럼 지냈다고 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나날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비밀 학교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 밖으로 나갈 기회를 얻은 소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리암은 "몇몇 학생들은 공휴일에도 학교에 오고 싶다고 부탁할 정도"라며 "집안에 앉아서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새기고만 있어야 했던 일상에서 탈출하는 게 이들에게 얼마나 간절했을지 느껴졌다"고 말했다.
2년째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집권 초기의 약속과는 달리 과거와 다르지 않은 극심한 여성 인권 탄압으로 국제 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여학생들은 6학년 이후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며 대학 수업 참여도 금지돼 있다.
지난해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비정부기구(NGO) 단체에서 여성이 일하는 것을 금지해 모든 여성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는 6만여 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던 전국 미용실 영업까지 전면 금지됐다.
하킴과 마리아는 점점 더 커지는 발각의 위험성과 두려움을 견디며 비밀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마리암은 "두렵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두려움보다 더 큰 힘이 있다면 미래를 향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SRAK에서 공부하고 있는 16세 파티마(가명)는 탈레반에 체포될까 두렵지만 학교에 오는 것이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파티마는 "탈레반에게 체포된다면, 나는 그냥 교육을 받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집에만 앉아있기를 원하지 않는 게 범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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