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매의 눈' 천리안위성…운영센터 가보니

입력 2023-10-08 12:00  

기상청의 '매의 눈' 천리안위성…운영센터 가보니
군부대처럼 삼엄한 국가중요시설…통신 방해 없는 외진 곳 자리
위성 수명 넘어 '노익장' 과시해야 할 판…"기술로 피해 최소화"


(진천=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적도 위 약 3만6천㎞에 떠 있는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2A호.
한반도를 종일 2분 간격으로 관측하는 천리안위성 2A호는 가시광선 채널과 적외선 채널 공간해상도가 각각 최대 0.5㎞와 2㎞로 기상청이 가진 '가장 선명한 눈'이라고 할 수 있다.
위성 공간해상도는 '위성 센서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상 최소 단위'로 숫자가 작을수록 더 작은 물체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하늘이 공활한 가을날이었던 지난 5일 천리안위성 2A호를 운영하는 국가기상위성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충북 진천군의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자리했다.
높은 빌딩 등 위성과 교신을 방해할 요소가 없는 장소에 세워진 것이다.
국가중요시설인 센터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는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다'라고 쓰인 입간판과 군부대 출입로에서 볼법한 방호시설이 설치돼있었다. 기상위성과 위성을 운영하는 센터가 얼마나 중요한 국가자산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형스크린과 모니터로 빼곡한 센터 통합운영실에서는 촬영도 제한됐다.
모니터에 띄워진 천리안위성 2A호 상태 정보를 가린 뒤에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위성에 관한 정보는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기예보에 위성 관측자료가 정식 반영된 것은 1979년부터다. 당시에는 일본 정지궤도 기상위성 자료를 받아서 사용했다.

'우리의 위성'이 필요해진 계기는 1998년 '지리산 폭우 대참사'다.
당시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밤중 지리산에 갑작스럽게 많은 비를 뿌렸고 110여명이 사망·실종됐다.
김윤재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지리산 대참사로) 우리나라를 계속 내려다보고 감시하는 우리의 위성이 절실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천리안위성 2A호는 우리나라 두 번째 정지궤도 기상위성이다.
한반도와 주변을 2분마다, 전 지구를 10분마다 관측한다.
물론 기상위성 역할이 '우주에서 본 모습'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는 않는다.
천리안위성 2A호 관측자료는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처리·분석돼 위험 기상과 재난 재해를 감시·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집중호우 조기 탐지가 대표적이다. 호우를 뿌릴 수 있는 대류운을 잡아내 집중호우를 30분 전에 알아내는데, 정확도가 작년 기준 68.1%에 달한다. 이는 유럽 30개국이 설립한 세계 최고 기상위성 전문 기구인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EUMETSAT) 정확도 대비 92% 수준이다.
천리안위성 2A호는 한반도 전역 산불도 감시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산불 감시 간격이 10분에서 2분으로 단축됐다. 위성을 이용하면 심산유곡에서 발생한 산불도 잡아낼 수 있고 정확한 산불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기도 쉽다.
기후변화 감시도 천리안위성 2A호의 임무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농도나 토양 속 수분량 등을 감시한다.
작년 봄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진 남부지방 가뭄과 같은 극한가뭄에 대비하려면 토양 속 수분량 정보가 꼭 필요한데 천리안위성 2A호 관측자료로 산출한 수분량은 실제 관측값과 비교한 오차율이 평균 4.3%에 그치는 등 매우 정확하다.
천리안위성 2A호로 생산한 자료는 국내외에서 탐내는 자료다.
'위성영상 적시 제공률'이 현재 99.9%에 달한다는 점이 보여주듯 천리안위성 2A호 자료는 '신속하게 제공되면서 품질까지 좋다'라고 평가받는다. 이달부터 미국 해양대기청(NOAA) '공공데이터 배포 프로젝트'를 통해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접근성도 개선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천리안위성 2A호가 '영원히 잠들지 않는 눈'이 돼주면 좋겠지만 기상위성도 다른 관측장비처럼 수명이 있다.
우선 우주 방사선 등에 시간이 흐를수록 위성 관측기기 성능이 약화한다.
천리안위성 2A호 관측기기는 1년에 1~2%씩 성능이 줄고 있다고 한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입자들인 태양풍을 맞아 흐트러지는 위성 자세를 수정할 때 사용하는 연료도 한정돼있다.
정지궤도 기상위성 수명은 '최장' 10년이라는 것이 기상위성센터 측 설명이다. 일본은 기상위성 수명을 7년으로 설정하고 운영한다고 한다.
천리안위성 2A호는 2019년 7월 25일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원래 일정대로면 2029년 후임에 역할을 물려주고 물러나야 하는데 차기 위성(천리안위성 5호) 개발사업이 한 차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더 버텨줘야 한다.
위성센터는 현재 천리안위성 2A호 상태가 나쁘지 않아 2029년 이후 2.5년 더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상청은 2031년 발사를 목표로 천리안위성 5호 개발사업을 추진 중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천리안위성 2A호 연료는 현재 '10~11년 치'가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 관측기기가 낡아 생기는 오차는 소프트웨어로 보정할 계획이지만 기대수명을 넘긴 기기가 잘 견뎌줄지가 미지수다.
위성센터 관계자는 "설계 수명이 넘어가면 기기 성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라면서 "걱정이 없지는 않지만, 하드웨어 문제를 보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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