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현장] 한달음에 달려왔다…최전선에 차려진 병사들의 '특별한 점심'

입력 2023-10-13 05:30  

[이·팔 전쟁 현장] 한달음에 달려왔다…최전선에 차려진 병사들의 '특별한 점심'
"정치분열 심했지만 적 마주한 지금은 하나…전쟁 터지면 단결, 그것이 이스라엘의 힘"
자원봉사자들, 가자지구 작전 때마다 2만5천∼3만명분 식사 준비…각 부대로 배달도
두 아들 전장 보낸 60대 "총 못 드는 대신 이렇게라도"…운 좋은 부모, 자녀와 짧은 조우 행운도
헬기 소음·포성 속에서도 잠시나마 여유…병사들 "엄마 집밥 생각나 기다려져"


(우림[이스라엘 남부]=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물론 밥은 먹겠죠. 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싸울 수 있도록 집밥 같은 음식을 해주고 싶었어요. 우린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전선에 있는 병사들에게 작은 행복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정치 분열이 심했지만 적을 마주한 지금 우리는 하나입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은 지 엿새째인 12일(현지시간) 오전. 지중해 쪽에 위치한 가자지구를 오른쪽에 두고 남쪽으로 한참을 이동하자,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 옆 공터에서 10여명의 민간인이 트럭에서 분주히 짐을 내리고 있었다.
공터 한쪽에서는 대여섯명의 중년 남성들이 짐 속에서 꺼낸 바비큐 그릴을 조립한 뒤 하얀 연기를 피워가며 숯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냉동 차량에서 꺼낸 고기 패티와 소시지 등을 꺼내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야채와 소스를 테이블 위해 진열하고 물과 탄산음료 등을 아이스박스에 담기도 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식사 준비를 하던 한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한국 언론사의 특파원이라고 밝히고 상황을 묻자, 최전선에 투입된 이스라엘 병사들을 위한 집밥을 준비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병사들을 위한 '집밥 잔치' 준비가 한창이던 이곳은 가자지구 중남부 분리 장벽에서 직선거리로 10㎞ 이내에 위치한 우림이다.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인근 도로에는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된 군용 차량만 분주히 오가는 군사작전 지역이다.
자원봉사자 엘리 스루고(63·관광업) 씨는 기자에게 "물론 군대에서도 밥을 주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집밥 같은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서 즐거웠으면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벌어진 지 사흘째인 지난 9일부터 병사들을 위한 점심 봉사를 하고 있다.
병사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숯불에 직접 구운 고기 패티와 소시지로 만든 버거와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은 야채, 후식용 케이크류와 물, 탄산음료 등이다.
그의 설명을 듣는 동안 숯불 위에서는 엄청난 양의 패티와 소시지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메케한 연기와 흙먼지를 피해 가며 불 앞에서 손을 놀리던 아파르 로마스카노(66·안경 판매업)씨는 "텔아비브 근처에서 오늘 새벽부터 준비해 왔다. 힘들지만 아이들의 집밥을 먹으면 기운이 날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이어 "두 아들이 지금 전장에 있다. 나도 군 복무를 해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지금도 총을 들고 싶지만, 이제 늙었다. 병사들의 점심 한 끼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여기에 왔다"고 덧붙였다.


인텔 이스라엘 법인에서 IT 담당 매니저로 일한다는 솔로미(55)씨는 "병사들에게 음식 봉사를 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병사들이 기운을 내고 즐거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오가 넘은 시간, 고기와 소시지가 구워지자 인근에서 작전에 투입됐던 남녀 병사들이 하나둘 공터로 모여들었다.
배식대에 줄을 섰던 군인들은 햄버거와 음료수를 손에 들고 그 자리에서 게 눈 감추듯 맛있게 식사했다. 햄버거 한 개로는 배가 차지 않는 듯 다시 줄을 서는 병사들도 있었다.
군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하늘에서는 헬기 소음이 끊이지 않았고, 인근 지역에서는 포성도 간간이 들렸다. 로켓 경보 앱에서는 가자지구에서 인근지역으로 발사된 로켓이 떨어진 지점이 표시됐다.
소속 부대 동료들을 위해 대형 은박 그릇에 담은 수십명분의 햄버거를 들고 바삐 돌아가는 병사들도 있었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던 한 병사는 "배가 너무 고팠는데 맛있게 먹었다. 군대에 오기 전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밥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군 병사는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된 이후 매일 먼지와 땀 범벅으로 지내는데, 매일 점심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스루고씨는 "하루에 보통 2만5천명∼3만명분을 준비한다. 많을 때는 4만명까지도 식사를 한다"며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내고 직접 현장에서 조리와 배식도 한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해외에서 온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로 뭉쳤다. 그것이 이스라엘의 힘이다"라며 "우리는 이 싸움에서 다시 한번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을 위한 점심 식사 제공 현장에서는 군 복무 중인 병사와 부모가 눈물의 상봉을 하는 모습도 간간이 목격됐다.
점심 봉사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으로 달려왔고, 이들 가운데 운이 좋은 몇몇이 잠시나마 군복을 입은 자녀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된 셈이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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