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확전 우려 속 美-中·러 '중동 패권' 쟁탈 외교전 가열

입력 2023-10-16 15:01  

[이·팔 전쟁] 확전 우려 속 美-中·러 '중동 패권' 쟁탈 외교전 가열
이스라엘 지상전 초읽기·이란 개입 우려 속 美·中, 국무장관·특사 급파 '중재 외교' 총력
美 '이스라엘 지지 속 확전 방지' vs 中·러 '아랍민족주의 지지 속 안보리 결의' 해법 판이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對)중동 패권 외교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파괴를 위한 지상전 돌입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에 맞선 이란이 개입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각각 중재를 위한 잰걸음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해법이 다른 것처럼 이들의 셈법 역시 달라 보인다. 이들 3국 시선이 중동 패권에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블링컨 중동 급파로 적극 중재…中, 특사 파견하고 러시아와는 '유엔 공조'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각) 시작된 하마스의 잔혹한 공격을 비난하면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은 '중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 등의 정상 또는 실권자, 그리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도 회동했다. 16일에는 다시 이스라엘을 찾는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주민 대피령을 내린 뒤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인 가운데 미국은 이를 최대한 억제 또는 제한하는 한편 아랍권 주요 국가와 협력을 통한 중재 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14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1시간여 전화 통화를 하고 분쟁 확산 차단을 위한 중국 역할을 주문했다.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와, 참전 가능성이 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배후 세력이라고 할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 중국이 나서 확전을 차단해달라는 요구를 했음 직하다.
중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결은 미국과 판이하다.
왕 주임은 블링컨 장관에게 "시급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해 인도주의적 재난 격화를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면서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경도돼 있음을 우회적으로 공격한 셈이다.
왕 주임은 한발 더 나아가 같은 날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自衛)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직접 겨눈 비판은 자제해온 중국이 태세 전환을 한 것이다. 이번 사태 중재를 명확하게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중국은 자이쥔 중동 특사를 파견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두 개의 국가' 방안에 바탕을 둔 중재 외교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아울러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왕 주임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국제 사회는 행동에 나서 민간인에 해를 끼치는 쪽은 그 어느 편이라도 반대해야 한다"며 "유엔, 특히 안보리는 확실히 책임을 지고 자기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모든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달라고 요청했다.



◇ '이스라엘 지지 속 확전 방지' vs '이스라엘 압박 속 안보리 결의' 다른 해법
사실 미국 중재 외교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일정 수준 억제하는 한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종전 성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하마스로부터 초유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제한적인 지상전'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들어갈 이스라엘 지상군을 최소 규모로 '강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가자지구 민간인의 대피를 돕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유일한 대피로인 남쪽 접경의 라파 국경 개방 문제에 이집트가 강한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할 수 있다고 보고 국경을 걸어 잠갔다. 미국은 이 때문에 안전지대 설치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 중재 외교의 성공 여부가 이스라엘 억제와 효과적인 안전지대 설치·운용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결국 동맹인 이스라엘 입장에 무게를 둔 중재 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로 이스라엘의 양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과 대립의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이 건국할 권리가 오랜 기간 방치되고 무시당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왕이 주임은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중국은 평화와 정의의 편에서 팔레스타인 인민이 자기 민족의 권리를 지키는 정의로운 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랍권 국가들 편에 서서 이스라엘을 감싸온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묻어난다.



◇ '중동 데탕트 재시동' 美-'아랍 민족주의 지지' 中·러…속내는 '중동 패권'
미국은 제동이 걸린 '중동 데탕트' 작업을 중재 외교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제자리로 돌려놓고 다시 중동 패권을 탈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사우디가 이스라엘에 관계 정상화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고 외신이 전한 직후인 15일 오후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힌 데서도 그런 기류가 읽힌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회동과 관련, "민간인을 보호하고 중동과 세계 전반의 안정을 증진하는 데 대한 공통의 헌신을 두 사람이 확인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주축의 수니파 이슬람권 간 화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는 지난 3월 숙적인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해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는 '대성과'를 거둬 중동 해결사로 등장한 중국에 맞선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중동 데탕트 추진 작업은 의미가 작지 않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중동 안정이라는 큰 외교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사우디는 중동 맹주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등 '온건한'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약'에 서명한 상황에서, 불구대천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이란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와의 화해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관계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점차 팔레스타인에 기운 카드로 중재 외교를 벌이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우선주의'로 대(對)중동 영향력이 약화했고 인도·태평양 전략 등으로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둔 '아랍 민족주의'에 기대는 중재 외교로 미국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시리아에 무기를 배치해 이스라엘과 '제2전선'을 열려고 시도하는 한편 하마스 지도자와 공개적으로 만나는 공세를 취하는데도 중국은 이란을 중동 외교력 확장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미국-중국·러시아가 숨 가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재 외교'를 진행하는 이유는 바로 '중동 패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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