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전고점의 96%까지 올랐다고?"…주춤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

입력 2023-10-18 09:34  

[서미숙의 집수다] "전고점의 96%까지 올랐다고?"…주춤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
대치동·잠실 등 인기 단지 2021년 고점 가격의 94∼96%까지 상승
추석 이후 거래 줄고 관망세…상승 피로감에 대출 축소·금리 상승 등 겹쳐
상승거래 비중도 70%→67% 감소…이·팔 전쟁 등 불안심리, 총선 공약 등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 여름까지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박스권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이달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하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다.
추석 연휴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대출 축소, 금리 인상, 내년 총선, 국내외 정세 불안 등 여러 복합 변수로 주택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초 제기된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유지될 수 있을까.



◇ "추석 지나면 거래 활발 기대했는데"…문의 줄고 계약도 급감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해 극심한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하락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값은 5월부터 상승 전환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올해 실거래가지수는 1∼8월 누적 12.4% 오르며 예상외로 뜀박질했다.
거래 시장도 숨통이 트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3천840건으로, 지난 6월(3천848건)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았다.
극심한 거래 절벽이 나타난 작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이 1천건 수준이던 것을 고려하면 3∼4배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 9월 거래량은 이달 18일까지 신고 건수가 총 3천144건으로 일단 6개월 연속 3천건은 넘어섰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을 고려하면 9월 전체 거래량은 약 3천500건 정도로 8월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추석 이후 가격이 더 오르고 거래도 활기를 띨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매수 문의가 크게 감소한 데다, 계약도 선뜻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크게 벌어진 가운데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 직전부터 조용하긴 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고 거래도 안된다"며 "통상 예년처럼 추석 이후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증가할 줄 알았는데 예상을 빗나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매물은 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며 "집을 보러 와도 2억원 이상 싼 집만 찾고 현 시세로는 계약이 안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도자들 역시 급할 게 없다며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은 채 가격을 깎지 않는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18억5천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진 뒤 16억∼17억원대 매물은 사라지고 대부분 18억원대에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다.
전용 59.9㎡도 지난 8월 하순 14억6천3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집주인들이 14억∼14억5천만원 선에 매물을 내놓는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싼 매물을 원하고, 집주인은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서 집주인과 매수 희망자 간 호가 격차가 수억원씩 벌어진 상태"라며 "통상 추석 이후 거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더 나빠져서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8일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321건에 그치고 있다.
지난 9월 18일에 신고된 9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748건, 8월 18일에 신고된 8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589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거래량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 대치 은마, 전고점의 96%까지…매수자 "상투 잡을라", 상승 거래도 줄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은 일단 가격이 단기 급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때 만해도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고, 연초 급매물이 팔릴 때도 일시적 상승 뒤 하락할 것이라는 '데드캣바운스' 장세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와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대출 허용, 특례보금자리론 지원 등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59.7로, 전고점인 2021년 10월 188.9의 84.6%를 회복됐다.
특히 동남권(강남 4구)의 실거래가지수는 161.8로 역대 최고였던 182.9(2021년 10월)의 88.5%까지 상승했다.
단지별로는 이미 실거래가가 전고점에 육박한 곳도 적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작년 4월 실거래가가 최고 26억5천만원을 찍었다가 올해 초 18억∼19억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하기 시작해 최근 25억원이 넘는 매물이 5개나 팔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매매가가 전고점의 최소 94.3%까지 회복한 것이다.
조합설립인가 등 정비사업 호재를 안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8월 하순 27억2천만원에 팔려 전고점인 2021년 11월 28억2천만원의 96.4%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그렇다 보니 매수자들 입장에선 "지금 사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걱정에 매수를 망설이는 것이다.
가격이 고점에 다다른 곳이 늘면서 최근 들어 상승 거래 비중도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6월 대비 7∼8월 매매거래의 70%가 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였는데, 9∼10월 계약은 7∼8월 가격 대비 상승 거래 비중이 67%로 감소했다.
7∼8월 상승 거래 비중이 79%였던 강남구는 9∼10월 들어 상승 거래 비중이 71%로 감소했고, 서초구는 65%에서 50%로, 송파구는 79%에서 76%로 각각 줄어들었다.
광진구(33%)와 용산구(40%), 은평구(40%), 중구(40%) 등지는 9∼10월 상승 거래가 절반에도 못미쳤고, 강서구(33%)와 영등포구(44%)는 보합 거래 없이 하락 거래(각 67%, 56%)가 상승 거래보다 많았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축소도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세 6억∼9억원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중단됐고, 50년 만기 대출도 축소를 경고하면서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최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주택 구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3월 최저 3%대까지 떨어졌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4∼6% 중반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경기 부진 속에 유가와 물가 상승은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내외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일단 관망세를 보인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동안 회복이 어려워 보였던 집값이 전고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다 보니 상승 피로감이 커진 상태에서 금리는 오르고, 시장 불안 요소들이 늘며 집을 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관망세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금리·총선 공약 등 변수
그렇다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지고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금은 투자 수요가 아닌 무주택 또는 갈아타기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는 시장이어서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셋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
4분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연초에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상저하고' 전망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추격 매수세가 붙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비사업이나 교통 여건 개선 등 개별 호재 지역을 제외하면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위원은 "4분기 들어 금리 상승, 대출 속도조절, 역전세난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라며 "상승 기대심리가 있어 집값이 곧바로 약세로 가진 않겠지만, 거래 부진이 지속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이후에는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한국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연내 한 번이라도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에 충격이 될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떤 선거 공약을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단기세율 정상화 여부,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의 완전 폐지 또는 연장 여부 등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달 발표될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편 방향도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법안 처리 여부와 함께 집값을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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