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의료 붕괴…마취 없이 수술·식초로 소독

입력 2023-10-25 08:56   수정 2023-10-25 09:03

[이·팔 전쟁] 가자 의료 붕괴…마취 없이 수술·식초로 소독
이스라엘 봉쇄에 임계점…이미 병원 3분의1 가동 중단
"수술용품 재사용·위생 우려 고조…전염병 유행 시간문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물과 연료가 바닥나면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부상자와 폭격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가자지구 병원들이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공급품까지 끊기며 한계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조명했다.
현지 의료진과 국제구호 기관에 따르면, 가자지구 환자들은 마취제 없이 수술을 받고,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없어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수술대에 눕고 있다. 또한, 소독제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식초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메드하트 압바스 국장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가 없어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이 당장 타격을 입고 있다"며 "수술을 받아야 할 부상자들이 아주 많지만 의료용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고, 의료진은 탈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환자들은 병원 복도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며 "환자들을 바닥에 누인 채 휴대전화 불빛으로 수술을 하고 있으며, 일부 수술 환자는 마취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가자지구 의료 인력을 돕는 서방지원 단체 운영을 돕는 소아과 의사 타니아 하즈-하산은 이미 가자지역의 병원 3분의 1이 운영을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았거나 폭격 위험에 처한 사람들까지 대거 병원으로 피신한 터라 수백명이 복도에서 생활하면서 1개의 화장실을 나눠 쓰는 중"이라며 "위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가자지구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 위치한 병원 20여곳은 그나마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철수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며칠 사이 이집트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에 제한된 양의 의료용품이 전달되는 길이 열렸지만 이스라엘은 대부분의 병원이 위치한 북부에는 의료용품 전달을 불허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상군 공격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 절반을 통으로 비울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보장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가자지구 북부에 연료나 의료용품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 이래 연료 공급이 끊겨 발전기는 물론 식수 공급에 필수적인 담수처리공장 등도 가동을 중단했다.
구호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집트 국경을 통한 원조 물품에 연료도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일었으나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4일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연료를 작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로 연료 반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서방 구호단체 회원이자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인 오마르 압델-만난은 가자지구의 상황에 대해 "물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소독할 수 없는 까닭에 의료진은 수술용 장갑과 장비까지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두 같은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고,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유행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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