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채권금리…더 커지는 미국 경제 '냉각' 우려

입력 2023-10-25 10:54  

치솟는 채권금리…더 커지는 미국 경제 '냉각' 우려
WSJ "경제에 주요 걸림돌"…블룸버그 "과거 두 차례 침체 촉발"
정부 재정·소비 지출·금융시장 등 위축 초래 가능성
애틀랜타 연은 "올여름 5% ↑"…WSJ "현 분기 0.9% ↑ 그칠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현재 뛰어난 회복력을 보이는 미국 경제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치솟은 장기 국채금리를 지적하면서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으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파업 장기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 다음 달 연방정부의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 등이 꼽힌다.
하지만 국채금리 상승은 그 어느 걸림돌보다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장기 국채금리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주요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3년 동안 4% 이상 상승했다.
지난 23일에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 주 사이 급격한 상승세다.
이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에 따라 거의 16%까지 오른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980년대 강력한 통화 정책이 두 차례의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국채 금리의 계속된 상승은 채권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불렀다.
블룸버그 미국 국채 총지수(Bloomberg US Treasury Total Index)는 올해 약 2.6% 내려 2020년 8월 정점 이후 하락이 18%로 확대됐다.
금리의 강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이날 "70년대를 생각나게 한다"며 조만간 금리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핑크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서 "우리는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 현안들로는 포퓰리즘과 공급망의 정치화, 미국 정부 지출 및 부채 증가 등을 꼽으며, 이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해결이 훨씬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 높은 국채금리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현재의 높은 장기 금리가 지속된다면 경제 연착륙보다는 더 광범위하고 깊은 경기 침체의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
재정 적자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채권금리가 오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차입 비용도 덩달아 올라간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끝난 회계연도 동안 공공부채에 대한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은 전년도보다 1천620억 달러(218조원) 증가했다.
이는 메디케어(노인 대상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에 대한 각각의 지출 증가보다 많다.
또 높은 금리는 탄탄한 고용시장과 함께 올해 경제에 예상외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소비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강세인 소비 지출로 인해 올여름 경제성장률이 연율 5%를 넘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이달 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현 분기 성장률이 약 0.9%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높은 금리는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달러 가치를 더 높여 주고, 세계 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져 미국 수출업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밖에 주택 부문에서는 높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금리)로 인해 침체한 시장에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된다. 주택 투자는 물론 가구 등 관련 산업도 타격을 받아 경제 성장을 억누르게 된다.
맨해튼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브라이언 리들은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연방 재정에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방 정부는 계속해 자금을 더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감안한다면 지난달 말로 끝난 회계연도 동안 적자는 크게 늘었다.
또 재무부는 지난 7월 채권 발행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더 많이 빌릴수록 금리는 더 올라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의회예산국(CBO)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웬디 에델버그는 정책 입안자들로서는 결국 더 높은 차입 비용을 수용할지, 세금을 올릴지, 혹은 지출을 줄일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다만, 과거 부채를 갚는데 더 지출하면 민간 투자에는 부담이 되지만 꼭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저 알리아가 디아즈는 "시장은 지금 이상의 높은 금리를 우려하고 있고, 우리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채권금리가 높을수록 다음에는 하락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장기 금리 상승은 둔화하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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