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후퇴"…뉴욕 예술단체, 반이스라엘 여론 통제 논란

입력 2023-10-25 16:40  

"표현의 자유 후퇴"…뉴욕 예술단체, 반이스라엘 여론 통제 논란
150년 전통의 92NY, 이스라엘 비판한 작가 간담회 취소했다 비난 역풍
동료 작가 비난 성명·직원 잇단 사임에 정기 독서 모임 무기한 연기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50년 전통을 지닌 뉴욕의 유명 예술단체 92NY가 이스라엘을 비판한 작가의 간담회 행사를 취소했다가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동료 작가들의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내부 직원들마저 잇달아 사임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92NY의 대표적인 정기 프로그램인 문학 읽기 모임도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92NY는 이날 2023-24년도 문학 시리즈 모임이 "최근 직원들의 사직으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92번가Y문화센터'(92nd Street Y), 혹은 '더 와이(the Y)'라고도 알려진 유대교 기반의 92NY는 150여년간 뉴욕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왔다.
1874년 '유대교 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으며 20세기 들어 이름을 '92번가Y문화센터'로 바꾸고 저명한 작가와 예술가들의 초청 행사 등을 주최해왔다.
지난해부터는 2억 달러(약 2천 700억 원) 규모의 시설 개선 작업을 시작하며 단체 이름을 '92NY'로 바꿨다.
논란은 이 단체가 지난 20일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출연하는 간담회 행사를 미루면서 시작됐다.
응우옌은 당초 맨해튼의 900석 규모 강당에서 자신의 신간 '두 얼굴의 남자'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6시간 전에 돌연 92NY로부터 행사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소설 '파친코'의 작가로 잘 알려진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
92NY가 행사를 취소하면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곳보다 작은 100석 규모의 다른 서점으로 장소를 옮겨 92NY와는 별개로 진행됐다.
92NY는 행사를 취소한 것에 대해 전날 응우옌이 밝힌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응우옌은 앞서 지난 19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작가들의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리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무차별 폭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92NY는 이를 두고 "우리는 유대인 기관이며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언제나 우리의 무대에 환영해왔다"며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벌인 잔혹한 공격은 유대인 커뮤니티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청 작가(응우옌)의 이스라엘에 관한 공개 발언을 봤을 때,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잘 이용하고 92NY 커뮤니티 전체를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할 때까지 잠시 행사를 미루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의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결정이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2NY가 운영하는 문학 기관 '운터베르크 시 센터'의 이사인 시인 버나드 슈워츠는 이날 92NY의 후원 없이 열린 응우옌의 간담회에서 이번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더 와이'는 앞으로 더 어떤 행사를 자신의 무대에서 열 수 없다고 거부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일부 작가들은 92NY가 여는 문화 행사를 보이콧했다.
비평가 크리스티나 샤프와 사디야 하트만, 시인이자 소설가 디오네 브랜드는 25일 92NY가 여는 강연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엑스(X·옛 트위터)에 공동 성명을 올려 "양심적인 작가이자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식민주의적 사상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참석을 취소한다"고 했다.
시인 페이즐리 렉달과 비평가 안드레아 롱 추도 엑스를 통해 참석 예정인 92NY의 행사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렉달은 "'더 와이'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나 '더 와이'의 결정은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작가 사회 전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표현의 자유를 암묵적으로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92NY 운터베르크 시 센터의 사라 치하야 국장과 고위 기획자인 소피 헤론 등 내부 직원도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더 이상의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두고 전 세계 문화예술계도 반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봉쇄를 비판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공개 성명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 같은 입장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벌인 잔혹한 기습 공격을 옹호하는 행위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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