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달라진 가자 지상전…"한조각씩 장악" 슬라이스 장기 전술

입력 2023-10-30 11:56   수정 2023-10-30 13:48

[이·팔 전쟁] 달라진 가자 지상전…"한조각씩 장악" 슬라이스 장기 전술
'안전지대' 경계 바로 밑 부레이즈에 임시 거점 구축…"수개월서 1년"
가자지구 남북 양분 위한 포석 가능성…하마스, 가자시티에 고립될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위해 가자지구 침공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단기전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는 걸 사실상 접은 모양새다.
전면 공세로는 인명피해만 커질 뿐 하마스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판단에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하나하나 장악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현지시간으로 27일부터 가자지구를 겨냥한 지상작전을 본격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운집한 수십만명의 병력을 일거에 밀어넣을 것이란 관측과 달리 현재까지 이뤄진 공격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하더라도 '치고 빠지기' 식으로 곧 철수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가자지구 내부에 주둔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에 진입해 임시 거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무장조직인 알카삼 여단도 부레이즈 등지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남서쪽으로 북동쪽으로 뻗어있는 길이 41㎞, 폭 10㎞의 좁고 기다란 땅덩이인 까닭에 이스라엘군이 부레이즈에 확고한 거점을 마련하면 가자지구는 사실상 북부와 남부로 양분된다.
이스라엘군은 같은날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 북쪽 베이트하눈 마을 인근에도 병력을 투입해 임시 거점을 차렸다고 한다. 이는 하마스의 근거지로 알려진 가자시티를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부레이즈의 위치가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와디 가자'(Wadi·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이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강)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특기할 대목이다.
이달 9일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벌여 온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와디 가자 이남의 안전지대로 피란하라고 권고해 왔던 까닭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선 현재 전체 인구(230만명)의 60%에 해당하는 140만명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스라엘군이 와디 가자를 기준으로 가자지구를 남쪽과 북쪽으로 양분한다면 하마스는 가자시티에 고립된 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의해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물품 전달과 관련해서도 연료 반입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으나 하마스가 있는 북부와의 통행을 통제할 수 있다면 더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피란민이 머무는 남부에 대대적으로 물자를 공급해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하마스가 있는 북부는 철저히 고립시켜 주민들이 남쪽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무장세력인 동시에 일종의 사회적 저항 운동 성격을 지닌 하마스를 무력만으로는 소멸시키기 어렵다는 점, 가자시티 내의 하마스 근거지를 공격하려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한 시가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 등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가자시티에 가둬놓고 고사시키려 한다는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현대의 시가전은 중세의 공성전 마냥 수비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전장으로 평가된다.
화력과 기술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채 길어야 수십미터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건물를 하나하나 점령해가는 피튀기는 전투가 벌어지는 까닭이다.
반면, 인구와 시설이 밀집된 대도시일 경우 포위전이 장기화하면 외부 지원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하마스는 수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지하터널과 시설에 대량의 식량과 식수를 비축해 놓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일반 주민들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주민들이 남부로 이탈한다면 하마스 공략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던 '인간방패' 전술이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내 최대 의료시설인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센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한적인 규모의 지상작전을 여러차례 전개하는 방안은 이스라엘이 져야 할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하마스에 억류된 200여명이 넘는 인질의 석방을 위한 협상 여지를 남겨 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준동해 다면전쟁을 치를 위험이 잦아들면 예비군 소집을 조기에 해제하고 정규군만으로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걸리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한편,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수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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