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오르테가 정부, 북한식 개인숭배 추구 움직임"

입력 2023-11-06 07:02  

"니카라과 오르테가 정부, 북한식 개인숭배 추구 움직임"
공무원에 여당 설립자 추모가 제창 강요…"反독재서 스스로 독재의 길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반(反)독재 운동으로 명성을 날렸던 다니엘 오르테가(77) 니카라과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노리며 북한식 개인숭배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니카라과 관보와 일간지 라프렌사 등에 따르면 오르테가 정부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설립자 중 한 명인 카를로스 폰세카(1936∼1976) 사망 47주기(11월 8일)를 맞아 6∼10일을 일종의 추모 주간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 나라 정부는 이번 주 각종 회의와 공무 모임에서 공무원들에게 이 나라 여당이기도 한 FSLN 당가(黨歌)와 폰세카를 기리는 추모가를 부르도록 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마을 공동체에는 꽃과 깃발 등으로 곳곳을 장식하도록 하는 명령도 곁들였다.
니카라과 정부는 또 '산디니스타 혁명(1961∼1979) 완수' 45주년을 겸해 군 장성 진급 발표도 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1926년 창간한 이 나라 최고((最古) 신문사이자 오르테가와 그의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70) 부통령의 권위주의 정책을 앞장서 비판하다 자산 몰수 조처를 받은 라프렌사는 이번 정책을 '독재 정권으로 가는 북한식 개인숭배'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니카라과는 그간 북한이 자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억압적 방법을 그대로 재현한 데 이어 이제는 북한이 김일성을 위해 하는 행사를 모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프렌사는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명명했다는 설명과 함께 "이날 북한 주민들은 건국의 아버지로 기리는 김정은의 할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부연했다.
또 김일성 사망일과 노동당 창건일에 대해서도 각각의 날짜와 함께 "태양절과 더불어 김씨 일가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라는 취지의 해설도 곁들였다.
니카라과 정치분석가 엘리세오 누녜스는 라프렌사 인터뷰에서 "개인을 위해 국가 자산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젠 공무원에게 여당 당가를 부르도록 제도적으로 강요하는 행태"라며 "오르테가와 무리요가 스스로 창당 정신의 상속자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 세력 연합을 표방하는 '몬테베르데 플랫폼'의 호세 안토니오 페라사도 "권력의 남용으로 독재정권이 악화하는 과정"이라며 "모든 게 잘 굴러가는 것처럼 꾸미지만, 실상은 정반대"라고 성토했다.
1985∼1990년 한 차례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재선 뒤 개헌을 통해 연임 제한을 없애고 줄곧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10대 때 FSLN에 가담한 그는 친미 우파 독재 정권인 소모사 가문(1936∼1979년 집권) 축출에 힘을 보탰다.
FSLN의 뿌리가 된 혁명가 아우구스토 세사르 산디노(1895∼1934)를 모계 친척으로 둔 무리요 부통령 역시 10대 때부터 FSLN에서 활동하며 반(反)독재 게릴라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현재는 오르테가 대통령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지닌 '권력 실세'로 꼽힌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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