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동맹국들 달래는 미국…이스라엘은 '휴전' 거부 고수

입력 2023-11-06 11:42  

아랍 동맹국들 달래는 미국…이스라엘은 '휴전' 거부 고수
WP "바이든 정부 위태로운 처지…이스라엘에 군사적 영향 못미쳐"
아랍권, 성난 여론에 불안한 상태…갈등 확산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7일(현지시간)로 한 달을 맞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등 사태 악화를 막으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총체적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전쟁 발발 후 세 번째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외에도 다른 아랍 국가를 깜짝 방문하면서 중동 갈등 완화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아랍권의 휴전 요구와 이스라엘의 거부 등 확연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설득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전까지 휴전은 없다"고 거듭 일축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4일 요르단 암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들과 만나 아랍권의 견해를 듣고, 내부 불안에 직면한 이들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려 노력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에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는 아랍 국가들은 한목소리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은 하마스에 재정비의 시간을 준다는 이유로 휴전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를 예고 없이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도 만났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세력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안 세력으로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간 자치정부의 국내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다수가 아바스 수반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맹인 미국의 일시적 교전 중단 요구까지 거부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가자시티 내 시가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시가전이 벌어지면 민간인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확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위태로운'(precarious) 입장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WP는 최소 1천400명의 이스라엘인의 목숨을 앗아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실패했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이 과잉 공격 재고, 인도적 교전 중단 등 미국의 요청을 모두 일축하거나 거부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경제에서부터 미국의 중동 지역 외교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동맹의 군사작전에 대해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 백악관 당국자들은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으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해왔다고 WP는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현 상황을 '열차 사고'에 빗대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WP에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열차 사고를 보고 있고,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열차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실제로 이스라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확산에 분노하는 아랍권 달래기에도 나섰지만, 아랍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WP는 이에 따라 "전쟁 이후 중동의 모습과 미국의 역할이 매우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동 순방에 대해 '회오리바람'(whirlwind) 같이 몰아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WSJ은 이번 순방이 중동 지역에서 "복잡하고 불붙기 쉬운 순간에 이뤄졌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와 휴전을 요구하는 아랍 동맹국들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순방의 배경에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기대고 있는 일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뉴스 헤드라인을 계속 장식할 경우 자국 내부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 한계를 지닌 취약한 정부라는 인식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과 아랍 지도자 등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불안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위기가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은 이미 전세계에서 반이스라엘 시위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또 다른 전선이 열리는 것을 막고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에 아랍 국가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민주당 의원은 WP에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주의적 피해에 대해 큰 소리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두 또 다른 전선이 열리는 것을 막고 걸프 국가들이 가자지구 재건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면 미국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가능한 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unzh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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