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명령 받아…2시간 주겠다" 이스라엘서 온 끔찍한 전화

입력 2023-11-09 11:05  

"폭격 명령 받아…2시간 주겠다" 이스라엘서 온 끔찍한 전화
BBC "이스라엘, 공습 앞서 가자 주민에 경고 전화"
가자 40세 치과의사 마무드 "밤새 무너지는 동네 뜬눈으로 봤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벌이기 전 일부 가자 주민에 직접 경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의 중산층 거주지 알-자라에 사는 40세 치과 의사 마무드 샤딘은 지난 달 19일 오전 6시 30분께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이스라엘 정보부 소속이라고 밝힌 전화 속 남성은 유창한 아랍어로 빌딩 세 채를 폭격할 예정이라며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라고 했다.
처음에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던 마무드는 경고가 사실이라면 경고 사격을 해보라고 했고, 그러자 어디선가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에서 총탄이 날아와 근처 건물에 박혔다.
경고가 사실이란 걸 깨달은 마무드는 그 즉시 최대한 많은 이웃들을 대피시키는 동시에 폭격이 이뤄지는 걸 최대한 늦추려고 전화기를 붙들고 전화 속 남성과 씨름했다고 한다.
그는 "전화 속 남성에게 우리를 배신하지 말라고, 아직 대피 중일 때 폭격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며 "그러자 그는 나에게 '시간을 가지라'며 자신은 아무도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무드가 살고 있던 알-자라는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외곽에 있는 지역으로 팔레스타인 대학을 비롯해 학교, 카페, 상점, 공원 등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도심지다.
마무드는 이날 이전까지 알-자라는 공습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자신의 동네가 왜 공격 대상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전화 속 남성에게 알-자라는 민간인 거주 지역이며 이웃들도 서로를 잘 알고, 국경 지역이나 분쟁이 있던 지역도 아니란 걸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전화 속 남성은 마무드에게 "이는 당신과 나보다 더 큰 사람들로부터 온 명령이고, 우리는 폭탄을 떨어트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피가 끝나자 곧이어 폭격이 시작됐고, 마무드는 자신의 집 바로 인근의 건물 세 채가 무너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이날 알-자라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건물 세 채가 폐허로 변하고 충격에 휩싸인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수백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된 그날 오후, 마무드는 또 다른 남성에게 다시 전화를 받아 이번엔 오전에 무너진 건물 옆 빌딩 두 채를 더 폭격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쟁 이후 전기가 끊겨 어둠에 잠긴 마을에서 마무드는 다시 수백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고 한다.
빌딩 두 곳의 폭격이 끝나자 전화 속 남성은 추가로 건물 세 채를 더 무너뜨리겠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계획이 바뀌었다며 이번에는 마을 동쪽에 있는 아파트 건물 전체를 폭격하겠다고 했다.
수백 가구가 사는 아파트 스무 채 이상을 폭격하겠다는 말에 마무드는 최소한 날이 밝을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으나 전화 속 남성은 "명령은 내려졌고, 우리는 모든 건물을 두 시간 뒤에 폭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을 전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난장판 속에서 부모를 잃고 혼자 남은 아이들도 생겨났다.
마무드는 혼란 속에서도 전화를 끊지 않고 최대한 폭격을 미루려 했다고 말했다.
마무드는 "전화 속 남성이 심지어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시간을 충분히 가져라. 당신이 허가를 내리기 전에는 폭격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당신들은 내 허가를 받고 폭격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폭격하지 않는 것이고 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를 시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고 했다.
그렇게 인근 대학교에 대피한 사람들은 밤새 이어지는 폭격에 공포에 떨며 자신들의 집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마무드는 이날 이 외에도 이스라엘 측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부가 자신의 가족과 아이들의 이름까지 전부 알고 있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마무드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닳자 주변에 있는 이웃들의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그를 바꿔달라 하기도 했다.
공습이 끝나자 마을은 수도와 전기가 모두 끊기고 상점도 모두 무너진 폐허로 변했다.
마무드는 이날 이후 15년간 의사 생활을 하던 동네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란을 갔다.

이스라엘군은 BBC에 알-자라 공습에 관해 "하마스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임무의 일부로서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하마스를 대상으로 공격한 것"이라며 "이는 국제법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이며,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예방책을 사용한 것 역시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알-자라 공습 당시 마무드의 노력 덕에 이웃 주민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마무드의 생생한 증언은 자신의 집과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눈 앞에서 날아가 버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공포와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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