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총장도 규탄…"강에서 바다까지" 팔 지지구호에 논란격화

입력 2023-11-10 11:19  

하버드 총장도 규탄…"강에서 바다까지" 팔 지지구호에 논란격화
"유대민족 제거 함의, 하마스의 구호" vs "팔레스타인인 자유·해방 뜻"
캠퍼스부터 의회까지 논란 확산…팔레스타인계 연방의원 인용했다 징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외치는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를 놓고 미국 사회가 논쟁에 휩싸였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라는 뜻의 이 구호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이스라엘 점령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이스라엘에서 유대인들을 제거하려는 반유대주의적 구호라고 비판한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대학 공동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문구를 전격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에서 바다까지' 같은 문구는 많은 사람에게 이스라엘로부터의 유대인 제거를 암시하는 특정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유대인 사회 내에 고통과 존립을 위협하는 두려움을 일으킨다는 점을 우리 공동체는 이해해야 한다"고 썼다.
게이 총장은 반유대주의에 대응하는 하버드대의 조치를 설명하면서 "반유대주의가 하버드대에서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일부 팔레스타인 학생단체에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는 성명을 내면서 대학 내 분열이 심해진 가운데 나왔다.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한 달여간여 간 미국 전역 대학과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울려 퍼졌다.

미 의회에서도 이 구호가 논란을 일으켰다.
미 연방하원은 지난 7일 미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의원인 라시다 틀라입(민주·미시간) 의원이 이 문구가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과 관련해 그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하원 내 공화당 진영에서 발의한 징계 결의안에는 민주당 의원 22명도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원 가운데 4명은 반대했다.
결의에는 이 문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기 위한 인종학살적 폭력에 대한 촉구로 널리 인식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틀라입 의원은 이 문구가 "죽음이나 파괴, 증오가 아닌 자유와 인권, 평화적 공존에 대한 열망을 담은 촉구"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강에서 바다까지' 구호는 1960년대 초반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의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 유대인과 아랍인이 모두 거주하던 영국령 팔레스타인 시기의 국경을 되살리자는 구호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내에서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중동 평화 협상이 이스라엘 국가 공식 인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등으로 이어지며 영토를 둘러싼 상황이 변화했지만 PLO내 이 문구의 인기는 여전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에게 이 문구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1948년 나크바(아랍어로 대재난·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의 실향 고통) 때 잃어버린 고향 마을을 되찾는 것인 동시에, 요르단강 서안과 지중해 해안선에 닿아 있는 가자지구를 아우르는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열망을 담은 문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문구에 반대하는 이들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 구호를 수년간 채택해 쓰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대인 말살의 뜻이 있다고 본다.
미국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이 구호에 대해 "조상들의 고향 땅에서 유대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유대인의 자결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ADL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강에서 바다까지'는 이스라엘을 말살하려는 하마스의 구호"라고 썼다.
문맥이나 사용 주체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피터 베이나트 뉴욕시립대 교수는 "'팔레스타인이 강에서 바다까지 자유로울 것'이라는 말은 유대인 국가 없는 미래 비전을 시사하지만, 유대인의 역할에 대한 답변은 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유대인인 그는 "무장한 하마스 대원이 이 말을 한다면 나는 위협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평등과 상호 해방의 비전을 가진 사람이 이 말을 한다면 나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ADL 같은 유대인 단체들이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이 구호를 조직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NYT는 전했다.
아마드 칼리디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강에서 바다까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 해방될 수 있다"며 "해방이 꼭 한 인종에 대한 학살을 뜻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칼리디 연구원은 반증의 근거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리쿠드당이 1977년 강령에 "바다에서 요르단까지 이스라엘 주권만이 있을 것"이라고 적시한 일을 들었다.
리쿠드당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자 주권을 갖고 독립국으로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는 반대하지만 이후 이 문구는 삭제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