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두국가 방안' 밀어붙이지만…이스라엘 등진 중재안에 회의론

입력 2023-11-10 15:22  

中 '두국가 방안' 밀어붙이지만…이스라엘 등진 중재안에 회의론
'하마스 비판 입 닫고 서방과 소통 부재'에 中 내에서도 한계 지적
사우디-이란 수교 중재 여세 몰아 '아랍권 기운 중재'로 美 중동 패권에 도전 관측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팔레스타인 해법으로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설파하고 있으나, 서방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에 기운 이 방안으로 아랍권 국가의 지지를 얻고,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점을 활용해 유엔 무대에서 밀어붙이고 있으나 대세로 잇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비판엔 입닫은 채 이스라엘은 물론 서방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는 가운데, '두 국가 방안'은 미국의 중동 패권에 맞서려는 중국 도전 의지의 상징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팔레스타인에 기운 中 '두 국가 방안'…美 '두 국가 해법'과 큰 차이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즉각 하마스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나,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아예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지칭하거나 비판하는 걸 거부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전쟁 개시 수일 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자위권을 넘었다"고 이스라엘을 겨눴다.
이후 중국은 수시로 외교부 대변인과 자이쥔 중동 특사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권리 보호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외쳤다. 중재국이라기보다는 아랍 국가편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19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빠른 휴전이 급선무"라며 두 국가 방안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 근본적인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과 대립의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이 건국할 권리가 오랜 기간 방치되고 무시당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동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지지도 받아야 하지만, 중국은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 아랍권과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 숫자 대결'로 두 국가 방안을 관철하려는 기세다.
실제 지난달 27일 유엔 긴급총회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촉구하는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이 주도한 결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사례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찬성 120표·반대 14표·기권 45표로 해당 결의안이 통과되자, 중국은 더 권위 있는 국제평화회의 개최 소집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서방은 문제의 결의안에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불공평했다는 것이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틀간 회의 끝에 지난 8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하마스의 자금줄을 죄고 잔혹 행위를 막기 위해 제재 부과를 포함한 조치를 다짐했다.
미국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다음 단계로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두 국가 방안과는 결이 확실하게 다르다.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슬로 협정에 바탕을 두고 20년간 협상이 진행됐다가 2014년 결렬됐던 중동 해법과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용인 속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고 예루살렘을 동서로 분할하되, 유대교와 이슬람교 성지가 몰린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일종의 공동 통치하자는 것이다.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되, 이스라엘에 상대적으로 더 방점을 두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중국 내에서도 '두 국가 방안' 중재에 회의적…"중동 영향력 확대 의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 달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중국은 두 국가 방안을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갈등을 조정하고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면서 두 국가 방안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두 국가 방안이 팔레스타인 편에 기운 탓에 중재안으로선 부족하다면서, 아랍권의 지지를 모아 미국과 경쟁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을 실어 눈길을 끈다.
우선 중국 서북대 중동연구소의 옌웨이 부소장은 SCMP에 중국의 입장이 "아랍 세계에 우호적인 편견"이라고 짚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니샹크 모트와니 연구원은 중국이 아랍국가들과는 더 협력하고 미국과는 세력 다툼을 하겠다는 의도로 두 국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트와니 연구원은 "중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면 아랍연맹의 20여개 회원국과 불화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중동에서) 미국의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려는 중국의 목표에 반(反)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지난 3월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를 복원시킨 걸 상기시키면서, 내친김에 중국은 이번에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권을 지원함으로써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홍콩 침례대의 장 피에르 카베스탕 명예교수는 "중국이 하마스에 대한 비난을 거부하는 건 온건한 아랍국가를 비롯해 많은 국가의 지지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양국이 각각의 중동 해법으로 인해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중동에서 패권 경쟁이 더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 서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의 인강 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중동에 버티고 있으려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의지를 비쳐왔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동 부재'를 틈타 중국은 중동 패권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아 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화해 프로젝트로 중동 재장악을 시도 중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타격을 줄 심산으로 지난 9월 9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발표해 중국을 놀라게 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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