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후보 단일화로 대만 대선판 '요동'…복잡해진 美中 셈법

입력 2023-11-16 11:36  

야당 후보 단일화로 대만 대선판 '요동'…복잡해진 美中 셈법
누가 되든 '야당 단일후보 승리' 여론조사 잇달아…대만 정권교체 가능성 커져
中, 후보 단일화에 반색…'통일 대상·서방제재 우회로' 대만에 친중 분위기 조성 공들일듯
美, 정권 교체시 대중국 압박 헐거워질 가능성 우려 불구 개입 못해…적정 대응 '묘수' 모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야당의 총통선거 후보 단일화로 내년 1월 13일 예정의 대만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누가 되든 국민당과 민중당의 단일 후보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독립 성향인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8년 집권 기간에 교류를 끊고 정권 교체를 갈망해온 중국과, 독립에 반대하면서도 양안(중국과 대만)의 현상 변경 불가를 고수하지만 내심 친미 정권을 바라는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 '친중 국민당+중도 민중당' 단일후보 유리…집권 8년 '독립성향' 민진당 위기감
대선을 약 두달 남긴 지난 15일 국민당과 민진당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대만 해협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와 내부 조사 결과를 평가해 18일 단일화 총통 후보를 정하기로 했는데, 대만 안팎에선 최근 몇 달 새 여론조사에서 단일화하면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 누구든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온 데 주목한다.
8년간 집권해 온 민진당의 패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물론 추가 변수는 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동안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여온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가 집권 민진당과 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민진당 라이 후보가 이달 20일에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며칠 간이지만 민진당과 궈타이밍 간 물밑 교섭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의 창업주인 궈타이밍은 중국 여러 지역에서 수십만명을 고용하고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만 애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회사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 변수다.
민진당과 연대 시 현재 폭스콘을 상대로 세무·토지 조사를 진행 중인 중국 당국의 보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대만 대선판이 '라이칭더 대 야당 단일후보' 대결로 압축돼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내에선 국민당 허우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될 가능성을 크게 본다. 야당 단일 후보는 중국에 치우친 국민당 지지 세력에 중도 노선의 민중당 지지층을 결합하는 선거전략으로 득표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선거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친미 성향 민진당은 중국의 안보 위협과 '경제적 강압'을 부각하면서 반중 노선을 명확히 하는 선거전략으로 맞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왕예리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야당 단일후보가 민진당 라이 후보를 이길 확률은 50% 이상"이라며 "야권 단일화는 양안 간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고 짚었다.

◇ 시진핑, '통일 대상·서방 제재 우회로' 대만에 공들이기
대만은 중국에 매우 특별하다. 홍콩·마카오와 마찬가지의 특별행정구로서 통일 대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과 '대거리'에 나선 중국에 대만의 '힘'이 절실해서다.
개혁개방에 이은 제2 도약을 꿈꾸며 '대국굴기' 기치를 높이 든 중국에, 미국이 첨단기술 제재로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 역량을 차단하려는 상황에서 세계 첨단반도체 산업에서 앞서가는 대만이 제재를 피해 가는 '우회로'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중국 정부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첨단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미래 첨단기술 산업 접근할 기회를 봉쇄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을 돌파하는 것이 최대 난제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에 친중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만과 관계 개선을 통해 필요한 첨단 기술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바로 중국이 대만 독립을 주장하면서 미국과 가까워진 민진당의 재집권을 용인할 수 없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핵심 의제로 대만 문제를 올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2008∼2016년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 집권기에는 대만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2010년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 이후 대만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40%를 넘는 상황이 이어지자 양안 통일은 시간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2016년 독립 성향을 가진 차이 총통이 집권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시 주석이 대만과 교류를 끊고 차이 총통이 '친미 반중' 노선을 본격화하면서, 양안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시 주석의 대국굴기 드라이브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무역 제재를 시작한 가운데 2020년 차이 총통이 재집권하자 중국이 대만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이어 차이 총통이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걸 빌미 삼아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하는 등 대만해협 위기를 고조시켜왔다.
이에 따라 대만 내에서 침공 위협을 하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하기도 했으나, 중국과의 평화적인 관계 설정이 대만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동시에 퍼지게 됐다.
그러나 총통 선거운동 개시 후 민진당 라이 후보가 줄곧 선두를 유지하면서도 야당 단일 후보에는 패하는 여론 조사 결과가 이어져 왔고, 결국 야당 단일화가 합의되면서 중국은 고무된 분위기다.
친중 고위인사를 겨냥한 방중 초청과 대만 이민자에 대한 특별 대우 등 '당근'과 함께 대만의 무역장벽 조사·ECFA 제한 또는 파기 위협이라는 '채찍'을 사용해 강온양면 전략을 펼쳐온 중국은 이 추세를 이어 민진당 재집권 저지를 위한 '공들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수년 내에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이는 대만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 美, '대만 독립 반대·현상 변경 불가' 고수에도 영향력 유지에 골몰
미국의 대만 정책은 신중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지만, 대만과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Six Assurances) 등을 바탕으로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만에 무기 판매도 병행 중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의 첨단무기 판매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1∼2년 새 중국의 잦은 군사 무력시위로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은 대만에 첨단무기 판매를 늘려온 게 사실이다.



미국의 속내는 친미 성향인 민진당 재집권이지만, 외견상 대만 내정에 거리를 둬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으며, 중국에도 이를 주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만에 친중 세력이 집권하면, 인도·태평양 전략은 물론 디리스킹 등 대중국 압박 정책의 고삐가 헐거워질 수 있다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속셈을 파악하고 있으나,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의 총통선거에 쉽사리 개입할 수 없어 보인다.
총통 선거를 약 2개월 앞두고 '야당 후보 단일화'라는 초대형 변수가 불거진 가운데 중국이 여세를 몰아 친중 정권 수립을 목표로 대만 공들이기에 진력할 것이 자명한 만큼, 이에 맞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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