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최고지도자 선이친 "가족 내 여성 역할 장려하겠다"

입력 2023-11-17 12:24  

中 여성최고지도자 선이친 "가족 내 여성 역할 장려하겠다"
시진핑 집권 후 中정계서 여성지위 약화 속 가부장적 가치 강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중국 정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더욱 약화했다는 지적 속에서 중국 여성 최고 지도자가 "가족 내 여성의 역할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직 여성 지도자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 제고가 아닌,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을 장려하겠다며 '가부장적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지도부 최고위직 여성인 선이친 국무위원은 전날 공산당 이론지 추스에 실린 글에서 "여성은 민족 부흥의 대의에 기여하고 하늘의 절반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썼다.
'하늘의 절반의 힘'이란 과거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겠다고 약속하며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婦女能頂半邊天)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선 위원은 지난달 25일 중화전국부녀연합회(부녀연합)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그는 추스 글에서 여성과 부녀연합의 일이 항상 올바른 정치적 노선과 당의 영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오직 화목하고 도덕적인 가정을 이뤄야만 건강한 방식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썼다.
그는 당의 출산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연애와 가정을 꾸리는 것에 관해 젊은이들을 지도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부녀연합의 모두가 일터에서 여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장 아름다운 가족'의 모범 사례를 발굴해 풀뿌리에서 귀감이 되도록 하고 출산과 양육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달 30일 부녀연합에 "출산 증진정책에 바탕을 두고 결혼·출산과 관련해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라"고 주문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과 노동가능인구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신생아 수는 2016년 1천880만 명에서 지난해 956만 명으로 반토막났다. 중국 신생아 수가 1천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이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1천175만 명으로 2021년 말의 14억1천260만 명보다 85만 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마오쩌둥이 펼친 대약진 운동으로 대기근이 강타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각종 출산 장려책이 제시됐지만 경제 둔화와 청년 실업률 상승, 치솟는 생활비와 교육비로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에 이어 중국 최고 지도부 유일 여성인 선 위원도 여성의 가정 내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마오쩌둥의 지론과 남녀평등을 명시한 헌법으로 일찌감치 여성해방에 눈떴지만, 그 이면에는 "암탉이 새벽에 울면 나라와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직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7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래 여성이 진출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또 혁명 지도자의 부인을 제외하고는 2002년 전까지 다른 여성이 24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에 입성한 적도 없었다.
후보 위원을 포함해 400명 가까운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약 8%에 그친다.
선이친은 지난 3월 국무위원 5명 중 1명으로 발탁되면서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지도부 최고위직 여성이 됐으나 중앙정치국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중앙정치국에는 1987∼1997년을 제외하고 항상 최소 1명의 여성 위원을 둔다는 불문율이 유지됐지만,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된 20기 중앙정치국에서 이는 깨져버렸다.
앞서 시드니대 밍루 천 연구원은 SCMP에 "중국 정치 체제에서 여성이 높은 지위에 올라도 역할은 여성 문제 혹은 별반 주목받지 못하는 업무에 국한돼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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