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마무리' 시진핑, 미중관계 안정화 속 갈등 불씨는 여전

입력 2023-11-17 19:37  

'APEC 마무리' 시진핑, 미중관계 안정화 속 갈등 불씨는 여전
경제외교에도 주력…대규모 투자유치로는 안 이어진 듯
日과 오염수 충돌했지만 소통강화 합의…개도국 우군확보 외교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6년여만에 이뤄진 나흘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은 시 주석의 방미 최대 성과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을 통해 경제외교에도 공을 들인 시 주석은 1년 만의 중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멕시코와 페루, 피지 등 각국 정상들과의 '전방위 외교'도 펼쳤다.

◇ 미중, 이견 평행선에도 갈등 관리 합의
미중 정상은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가열된 양국 경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년 만에 얼굴을 맞댔다.
두 정상은 양국 간 무력 충돌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으며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선 미국의 주요 관심사였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또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특히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개설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는 양국 간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고 갈등과 이견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시 주석은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 온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미국 반입을 막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은 미국 정부로부터 과거 인권 탄압을 이유로 걸었던 중국 공안부의 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한 제재를 푸는 성과물도 도출했다.
중국 정부가 밝힌 양국 간 합의는 군사·안보영역을 비롯해 정치·외교와 인문 교류, 글로벌 거버넌스 등 20여개에 달했다.
다만, 이런 성과에도 미중 정상은 치열한 전략경쟁이라는 양국 관계의 본질은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CFR 홈페이지에 실은 칼럼에서 "미·중 관계 리셋은 그렇게 빨리는 안 될 것"이라며 미중의 장기간 전략 경쟁이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회담으로 지워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만 문제나 수출통제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등은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전략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언제든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는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시 주석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와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수출통제 등 가장 예민한 문제를 오랫동안 논의했음에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미중 정상회담이 미국의 대대적인 환대를 받으며 별도의 공식적인 행사로 열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 지도자로 위상을 과시한 것은 소득으로 꼽힌다.


◇ 경제외교에도 힘써…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은 없어
시 주석은 이번 방미 기간 내수 부진과 부동산 위기 등으로 인해 침체된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외교에도 공을 들였다.
중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기력이 떨어진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진력해 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각종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에 나섰음에도 소비심리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 제조업 부진 등으로 인해 경제회복 동력이 약해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15일 만찬에서 "중국은 초대형 경제 대국이자 초대형 시장"이라며 "14억 중국인이 추진하는 현대화는 중국이 전 세계에 제공하는 거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만찬 전 머스크를 따로 만나서는 테슬라의 중국에서의 발전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다만 이날은 기업인들 외에 미중 우호인사들도 함께 참석한 행사를 감안한 듯, 기업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유인책 등은 나오지 않았고 미중 우호를 상징하는 인사들 앞에서 양국민의 우정을 강조했다.
기업인들에 대한 '러브콜'은 다음 날에 나왔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서면연설을 통해 "중국은 외국인 투자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해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완전히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만찬장에 모인 미국 재계 거물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등 기업인들이 대중 투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경제외교 차원에서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시 주석의 미국 방문기간 미중 양국 정부 및 기업 간의 대규모 구매·투자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어 중국 시장에 의구심을 가진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는 관측도 낳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양국 관계 해빙 신호로 APEC 정상회의에서 보잉의 737맥스 항공기 구매를 약속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추가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 일본과도 1년 만의 정상회담…개도국과 협력도 추진
시 주석은 APEC 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들과의 전방위 정상외교에도 주력했다.
시 주석은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년 만의 정상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충돌하며 평행선을 달렸지만 직접 만나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함으로써 중일 관계를 안정시키고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데 합의했다.
합의 성과는 다소 미흡했지만, 갈등을 관리해 안정을 도모하자는 데에는 양국 정상이 뜻을 함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APEC 회의 기간 중남미,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등 지역별로 각국 정상들과 별도 양자 회담을 갖고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며 금융·전기차·마약 방지 분야 협력과 인문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그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의 시티 베니 라부카 총리와 회담에서는 피지 특산품 수입 확대, 중국 기업의 현지 투자 지원, 중국 관광객의 피지 여행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하사날 볼키와 브루나이 국왕과 회담에서는 브루나이를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협력해 지역경제 통합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양자회담에서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맹주로서 개도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견제에 맞서는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jkhan@yna.co.kr
j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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