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르헨 대선 D-1…"경제만 살린다면, 누구든 좋다"

입력 2023-11-19 06:42   수정 2023-11-19 10:07

[르포] 아르헨 대선 D-1…"경제만 살린다면, 누구든 좋다"
마사·밀레이 결선 맞대결…"점진적 변화 vs 페론주의 더는 안 돼"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선정 통신원 = "깜비오(Cambio·환전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깜비오"
첫눈을 맞이한 한국과는 정반대로 여름에 접어드는 남반구 아르헨티나의 11월 중순, 인구 310만명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거리에서는 은밀하면서도 분명한 불법 환전상의 유혹이 귓전을 때렸다.
공식 환율보다 곱절 이상 더 쳐주는 달러 암거래는, 정부의 단속 의지에도 이미 아르헨티나에선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베네수엘라 출신이라는 에두아르도(23)는 18일(현지시간) 정부에서 고정해 놓은,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로 환전하는 '바보'는 없다며 "아르헨티나의 주인은 달러"라고 말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 130∼140%, 빈곤율 40%라는 통계는 아르헨티나 주민에겐 때론 체념 어린 숫자놀음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실물경제에서 물건값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의 충격파가 예전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식당과 상점에서 은근히 달러 결제를 유도하는 점원의 제안을 들으면 에두아르도의 설명이 영 틀린 말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대선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카사 로사다) 앞에서 만난 대학생 소우자(22)는 '누구를, 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게 "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좋다"는 답을 내놨다.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후보와 야당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 간 건곤일척 대결의 향배를 축약하는 듯한 그의 답변은 세대와 직업을 막론하고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에 대한 질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사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라는 회계사 마리아(50) 씨는 "온건하면서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계층을 고려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제안하는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천히 경제 금융 변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평등과 기회를 제공하는 마사 후보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제학자인 구스타보(47) 씨는 "그렇다고 해서 지난 수십년간 나라를 망친 페론주의자에게 다시 국정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공약 이행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작은 변화라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밀레이 후보에게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 대표 구조물인 오벨리스크 인근 잡화상점에서 일하는 에밀리오(25) 씨는 "다음 주 치르는 브라질과의 월드컵 축구 예선이나 이겼으면 좋겠다"며 "누가 당선되든 우리나라 대선이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3천500여만명(인구 4천600여만명)의 아르헨티나 유권자는 이 나라 주류인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핵심 계승자인 마사 후보와 극단적 정책으로 무장하고 기성 정치인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밀레이 후보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마사 후보는 감세, 교통비 등 공공요금 정부 보조, 서민 대상 복지수당 등 정책을 다듬는 한편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통합 정부' 출범을 제시했다.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과 중앙은행 폐쇄 등 공약 이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누가 되든 경제난 극복을 통한 '변화'의 시대 정신은 12월 10일부터 시작할 임기 4년의 숙명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변화를 뜻하는 스페인어는 환전을 의미하는 단어와 같은 '깜비오'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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