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협상 지휘한 바이든…네타냐후·카타르 국왕과 연신 통화
美 외교력 총동원…"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직후 카타르가 백악관에 협상 제안"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알시파 병원 급습에 협상 결렬 위기도
숙제 끝낸 바이든, 휴전 합의 당일 가족과 추수감사절 휴가 떠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 및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한 것은 미국의 외교역량이 총동원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련국 정상에 대한 외교적 압박까지 불사하며 직접 현장에 나선 결과 켜켜이 쌓인 불신 탓에 직접 대화가 불가능했던 양측이 평화 회복을 위한 첫발을 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달여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13차례 통화하며 인질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는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에서 선회해 '자제와 협상'에 갈수록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건 전쟁 발발 직후부터로 보인다.
NYT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직후 미국과 우호관계이면서도 하마스의 신뢰를 받는 특수한 입장의 국가인 카타르가 백악관에 접근, 인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가시적 진전이 보이기 시작한 건 같은 달 하순께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말살하겠다며 본거지인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가운데 미국과 카타르는 협상을 통해 10월 23일 하마스의 인질이 된 미국인 모녀 2명이 풀려나게 했다.
그 전후인 10월 20일∼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네 차례나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카타르로 급파해 협상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는 10월 25일 미국 측에 여성·어린이 인질을 석방하는 합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대신 이스라엘 교도소의 팔레스타인 죄수를 석방하고 교전을 중단하는 동시에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진의가 의심된다며 이틀 뒤인 10월 27일 가자지구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여기에는 인질의 생사를 확인할 증거를 보이라는 요구를 하마스 측이 거절한 것도 이유가 됐다.
이스라엘은 협상이 타결되면 언제든 전투를 멈출 수 있도록 군사작전을 짰다지만,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면서 인질 협상은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른 건 열흘 이상이 흘러서였다.
하마스는 인질 50명만 석방을 보장할 수 있으며, 생존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 인원도 이 중 10명에 불과하다고 고집했다.
현장의 미 당국자들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12일 카타르 국왕에게 직접 전화해 하마스가 내놓은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고, 결국 하마스는 인질 50명 전원의 신상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달 14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데 동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만난 직후 맥거크 조정관의 팔을 붙잡고 "우리는 이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카타르 국왕을 통해 하마스 측에 이스라엘 측의 최종 조건을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역시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들이치면서 협상은 결렬 직전으로 몰렸다.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주변과 지하에 하마스 주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다고 주장해 왔고, 하마스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상황이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에서 퇴거하지 않으면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 정부는 18일 맥거크 조정관을 카타르로 급파했고, 천신만고 끝에 협상이 재개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대부분의 조건이 정해진 뒤에도 석방할 인질의 수를 놓고 막판까지 힘겨루기를 벌였다.
카타르는 18일 저녁 도하에 있는 하마스 협상대표에게 최종 제안을 전했다. 19일 오전에는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당국과 회의 중이던 맥거크 조정관에게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저녁에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소집돼 '사소한 수정'을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고, 카타르를 거쳐 수정된 합의안을 전달받은 하마스가 20일 오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은 인질 석방과 4일 간의 휴전에 극적으로 잠정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하마스는 처음 10일간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다가 5일로 기간을 줄였으나 이스라엘이 너무 길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4일이란 기간이 설정됐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21일 저녁 투표를 거쳐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섬으로 5일 간의 추수감사절 휴가에 나섰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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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알시파 병원 급습에 협상 결렬 위기도
숙제 끝낸 바이든, 휴전 합의 당일 가족과 추수감사절 휴가 떠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 및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한 것은 미국의 외교역량이 총동원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련국 정상에 대한 외교적 압박까지 불사하며 직접 현장에 나선 결과 켜켜이 쌓인 불신 탓에 직접 대화가 불가능했던 양측이 평화 회복을 위한 첫발을 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달여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13차례 통화하며 인질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는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했던 입장에서 선회해 '자제와 협상'에 갈수록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건 전쟁 발발 직후부터로 보인다.
NYT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직후 미국과 우호관계이면서도 하마스의 신뢰를 받는 특수한 입장의 국가인 카타르가 백악관에 접근, 인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가시적 진전이 보이기 시작한 건 같은 달 하순께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말살하겠다며 본거지인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가운데 미국과 카타르는 협상을 통해 10월 23일 하마스의 인질이 된 미국인 모녀 2명이 풀려나게 했다.
그 전후인 10월 20일∼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네 차례나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카타르로 급파해 협상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는 10월 25일 미국 측에 여성·어린이 인질을 석방하는 합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대신 이스라엘 교도소의 팔레스타인 죄수를 석방하고 교전을 중단하는 동시에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진의가 의심된다며 이틀 뒤인 10월 27일 가자지구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 본격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여기에는 인질의 생사를 확인할 증거를 보이라는 요구를 하마스 측이 거절한 것도 이유가 됐다.
이스라엘은 협상이 타결되면 언제든 전투를 멈출 수 있도록 군사작전을 짰다지만,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면서 인질 협상은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른 건 열흘 이상이 흘러서였다.
하마스는 인질 50명만 석방을 보장할 수 있으며, 생존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 인원도 이 중 10명에 불과하다고 고집했다.
현장의 미 당국자들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12일 카타르 국왕에게 직접 전화해 하마스가 내놓은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고, 결국 하마스는 인질 50명 전원의 신상 정보를 제공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달 14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데 동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만난 직후 맥거크 조정관의 팔을 붙잡고 "우리는 이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카타르 국왕을 통해 하마스 측에 이스라엘 측의 최종 조건을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역시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들이치면서 협상은 결렬 직전으로 몰렸다.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주변과 지하에 하마스 주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다고 주장해 왔고, 하마스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상황이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에서 퇴거하지 않으면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 정부는 18일 맥거크 조정관을 카타르로 급파했고, 천신만고 끝에 협상이 재개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대부분의 조건이 정해진 뒤에도 석방할 인질의 수를 놓고 막판까지 힘겨루기를 벌였다.
카타르는 18일 저녁 도하에 있는 하마스 협상대표에게 최종 제안을 전했다. 19일 오전에는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당국과 회의 중이던 맥거크 조정관에게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저녁에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소집돼 '사소한 수정'을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고, 카타르를 거쳐 수정된 합의안을 전달받은 하마스가 20일 오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은 인질 석방과 4일 간의 휴전에 극적으로 잠정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하마스는 처음 10일간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다가 5일로 기간을 줄였으나 이스라엘이 너무 길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4일이란 기간이 설정됐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21일 저녁 투표를 거쳐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섬으로 5일 간의 추수감사절 휴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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