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재단 회장 12살 아들에 병원내 '알짜' 카페 운영권 줘

입력 2023-11-26 09:00  

을지재단 회장 12살 아들에 병원내 '알짜' 카페 운영권 줘
강남을지병원 개원 당시 박준영 회장 10대 자녀 4명이 병원 카페 사업
재단일가 전횡 견제 못 한 이사회…연합뉴스TV 사유화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을지재단이 산하 강남을지병원 개원 당시 병원 1층 카페 운영권을 박준영 재단 회장 자녀 4명에게 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회장 일가가 10대 자녀의 명의까지 동원해 병원 내 알짜 사업을 사실상 독식한 것이다.
공익사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견지해야 할 재단 이사회가 재단 일가의 이권 챙기기를 견제하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을지재단이 보도채널 연합뉴스TV의 대주주 지위를 넘보고 있지만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보도채널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10대 자녀 명의로 병원 '알짜' 수익사업 챙긴 재단 일가
26일 학원·의료 업계 등에 따르면 2009년 9월 강남을지병원이 문을 연 뒤 병원 1층에는 '카페105 강남을지병원점'이라는 상호의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대표는 박 회장의 자녀 4명이었다. 이들은 각자가 공동 대표인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사업자 등록도 마쳤다.
당시 자녀 4명은 모두 10대였다. 가장 나이가 어린 자녀는 12살도 채 되지 않은 초등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상 대표자와 무관하게 박 회장을 포함한 재단 일가가 실질적으로 매장을 관리하고 수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서울 시내 중대형 병원은 항상 환자와 환자 가족들로 붐비는 만큼 병원 내 카페·식당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수익이 보장되는 이른바 '땅 짚고 헤엄' 치는 사업으로 꼽힌다.

재단 일가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자녀들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카페는 병원 개원 2년여 뒤인 2011년 12월 12일 폐업했다.
타인 명의로 사업장을 연 뒤 개·폐업을 반복하면서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수법은 고액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탈세 유형 중 하나다.
이사회를 장악한 재단 일가가 병원 내에서 별도 영리사업을 하는 경우 이런 의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재단 지배력을 악용해 병원 건물 임대료 등 공익법인과 임대시설이 주고받는 비용을 자의적으로 줄이거나 늘리며 재단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탈법 사례는 흔히 알려져 있다.
수익사업 소득의 일부를 반드시 공익목적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법령으로 공익법인의 수익사업 관련 사항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 마약 셀프 처방에 병원 카페까지 독식…재단사업 휘젓는 '족벌 경영'
을지재단 일가가 강남을지병원 1층 카페 운영을 독식할 수 있었던 것은 재단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재단 일가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재단 일가의 사익 챙기기를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는 학원·병원을 포함해 을지재단이 운영하는 모든 사업의 공익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
안정된 수익이 예상되는 병원 카페처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수익사업 관련 사항은 통상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관련 거래 내역도 상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법인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익법인 이사회가 심의·결정하는 사항 중 하나로 '수익사업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규모, 채권·채무 등은 감사보고서 주석으로 매년 공시해야 한다.

재단 일가가 사실상 이사회를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박 회장의 마약 셀프 처방, 부정 셀프 급여 수령 등 부도덕한 재단 일가의 전횡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더 짙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2013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 반 동안 3천161차례에 걸쳐 마약성 진통제인 페티딘을 처방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페티딘 처방은 을지병원 소속 의사를 통해 진료 없이 전화만으로 이뤄졌다. 다른 사람 명의로 대리 처방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상근 이사였음에도 부인 홍성희 이사장과 함께 총 5억6천만원의 급여를 을지학원으로부터 받았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들통나 회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을지병원에 의료기기·치료재료 등을 납품하는 토탈메디칼을 세운 뒤 박 회장 부부가 수억원대의 배당수익을 챙긴 사실도 확인됐다. 박 회장 부부의 배당수익은 토탈메디칼 전체 당기순이익의 92%에 달했다.
박 회장 재단 내 지위를 남용해 학원·병원 사업의 공익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을지재단이 연합뉴스TV 대주주 자격을 얻게 되면 공정성과 공영성이 최우선 가치인 보도채널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을지재단과 그 산하 을지병원, 을지학원 등은 박준영-홍성희 부부가 사실상 지배하는 체제다. 을지재단의 박 회장이 을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고 을지병원 이사장은 그 부인인 홍 이사장이다. 홍 이사장은 다시 을지대 총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는 연합뉴스TV 지분의 29.89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대 주주였던 을지재단은 최근 연합뉴스TV 주식을 추가로 몰래 매수해 지분율을 30.08%로 늘린 뒤 이달 1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병원 전체 이익을 위해서는 공개입찰 등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일종의 수의계약 식으로 자녀에게 운영권을 줬다면 사익 편취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논란이 있는 재단 일가에 의해 보도채널이 사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레 따라붙을 것"이라며 "언론의 높은 공정성·도덕성 기준에 비춰볼 때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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