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학원, 학교 돈으로 박준영 이사장 부부 부동산 매입해줘

입력 2023-12-03 09:00  

을지학원, 학교 돈으로 박준영 이사장 부부 부동산 매입해줘
오피스텔 8실·땅 2개 필지 20억에 사주고 '특수관계자 거래' 공시 안해
학원 이사회, '주택 등 매각 방침' 세워놓고 이사장 부동산은 '만장일치'로 매입



(서울=연합뉴스) 정책팀 =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수익사업, 의료진 관사 등 명목으로 시가 20억원이 넘는 박준영 이사장 부부 소유의 부동산을 학교 돈으로 대거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규모는 감사보고서에 공개하지만 이사장 소유 부동산을 매입한 내용은 공시되지 않았다.
을지학원이 사들인 땅·오피스텔 등은 기존 계획과 달리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 공익법인 재산이 이사장 부부 소유 부동산 처분에 사적으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 학교 재산으로 이사장 소유 부동산 샀지만 외부 공시 안 해
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학교법인 을지학원은 지난해 8월 박준영 이사장과 부인 홍성희 을지대학교 총장이 소유한 오피스텔 8실을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전용 면적 25㎡ 7실의 경우 각 1억8천만원 안팎, 49.5㎡ 1실은 3억4천만원으로 총 16억원 상당이다.
오피스텔 구매 안건은 지난해 8월 열린 이사회에서 논의됐다.
당시 을지재단 운영본부는 유능한 교수진 유치를 위해 관사가 필요하다며 박준영 이사장 부부 소유의 오피스텔 8실을 매입할 것을 건의했다. 이사회는 오피스텔이 싸고 병원과 가깝다며 만장일치로 안건을 가결했다.
을지학원과 박 이사장 간 거래는 감사보고서 주석으로 공시하는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익법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을지학원 감사보고서 주석 등 공시 서류에 오피스텔 거래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을지학원은 2018년 7월에도 박 이사장 부부가 소유한 강원도 양양군 소재 약 1,400㎡ 규모의 땅을 사들였다. 을지대 교육시설인 을지인력개발원 옆에 딸린 2개 필지다.
당시 이사회는 수익사업을 위해 카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겠다며 이사장 부부의 땅 매입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당시 거래 가격은 총 5억5천여만원이다. 이 매입 건 역시 특수관계자 거래에 해당하지만 감사보고서 주석에 공시되지 않았다.
공익 목적에 쓰여야 할 약 20억원의 학교 재산이 이사장의 사재를 사들이는 데 사용됐고 관련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은 셈이다.

◇ 수익사업·관사용으로 매입했지만 창고·공실로 방치
공익법인과 특수관계자 간 거래는 일반 거래와 달리 법인을 지배하는 사주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기 쉽다. 거래 조건을 법인에 불리하게 설정해 이사장 일가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수법은 공익법인의 대표적 편법 거래 중 하나다.
공익법인과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감사보고서의 주석에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공익법인 관련 법령에 정통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익법인 재산으로 이사장 부동산을 매입하는 행위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해당한다"며 "특수관계자 거래를 공시하는 것은 거래 내용을 공개해 공정하게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을지학원 측은 총 20억원대 이사장 소유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거래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사유를 묻는 말에 "당장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학원이 사들인 이사장 부부 소유의 부동산이 당초 계획과 달리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둘러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배경을 두고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을지학원이 사들인 오피스텔 8실은 의료진 관사용으로 쓰겠다는 기존 계획과 달리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모두 공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7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학원이 매입한 을지인력개발원 옆 부지 역시 편의시설이 아닌 창고 시설로 이용 중이다.

◇ '주택 등 처분 방침'에도 이사장 소유 부동산은 잇따라 매입
박 이사장 부부 소유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을지학원의 결정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원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한 기존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을지학원은 2021년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으로 강원 속초·서울·대전 등에 보유한 오피스텔·아파트 등 6개 호실을 매각하기로 하고 이를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재단 운영본부는 "보유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향후에도 과세가 강화될 것"이라며 "주택 등을 처분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각 안건은 당시 박 이사장 부부 등 이사 8명 전원이 찬성해 이사회에서 가결됐다.
실제로 이 가운데 서울의 오피스텔 1개 호실과 속초 오피스텔 1개 호실은 이듬해 3월 매각됐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사장 일가 소유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재단 안팎의 지적이다.
을지학원 관계자는 박 이사장 부부 소유 오피스텔 8실 매입과 관련해 "전공의 전용 숙소로 사용하고자 매입했고 2024년 전공의가 모집되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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