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섣부른 경기 부양책, 부동산 가격만 올려"

입력 2023-11-30 13:31  

[일문일답] 이창용 "섣부른 경기 부양책, 부동산 가격만 올려"
"고금리로 어려움 겪을 취약계층, 재정정책으로 타깃 지원해야"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당분간 동결'…4명은 '인상 가능성 열어두자'
"부동산 PF, 안심할 단계 아냐…홍콩H지수 ELS, 금융안정보단 불완전판매 문제"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섣부른 (경기) 부양책은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내년 고금리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분들은 재정정책으로 타깃 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올해 성장률 전망을 연 1.4%로 유지하는 한편, 내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1%로 0.1%p(포인트) 하향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해 "2대 4로 갈렸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명 중 두 명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머지 네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던 위원 한 명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철회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긴축 기조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고금리 부담으로 작은 기관, 건설사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오늘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도 2%대 초반이고, 작년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2% 이하 성장률이다. 경기 회복 흐름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저성장이 고착하는 흐름으로 봐야 하나.
▲ 잠재성장률은 2% 정도로 보고 있는데, 성장률이 그 수준으로 가면서 GDP 갭도 축소되고 있다고 본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2%대 성장률은 나쁜 성장률은 아닌 상황으로 판단한다.
-- 올 한 해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하고, 물가 전망치는 상향했는데 내년이 통화정책을 하기에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나.
▲ 올 한 해 평가는 총재 임기가 끝난 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 현재도 전투 중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해결된 다음 나갈 때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다.
내년 물가가 높고, 금리도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보다는 금융 취약계층과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로는, 2% 성장률이 너무 낮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으시면 제 대답은 '아니다'다. 섣불리 부양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도 있다. 성장은 중장기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지 통화·재정정책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 내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분들은 재정정책으로 타깃 해 도와줘야 하고, 부양책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시면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개별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은.
▲ 여섯 분 모두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여섯 분 중 두 분은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네 분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효과 지속성,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이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지난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위원이 있었는데, 의견을 철회한 것인가.
▲ 해당 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말씀을 철회하신 게 맞다. 지난번에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도 있고 유가도 급등해 불확실성이 컸는데, 한 달 새 그러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판단한다.
--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한다는 문구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고 바꿨다.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해석해왔는데,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진다는 의미인가.
▲ 상당 기간을 6개월로 해석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이고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 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로 수렴하는 시기는 언제로 전망하나.
▲ 현재 성장률,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말이나 2025년 초쯤 물가 상승률이 2% 초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
-- 미국 등 주요국에서 내년 상반기 중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미국,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것을 잘 안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 3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무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
▲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또한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급격히 절대액을 줄이려고 하면 성장둔화, 금융 불안 등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 내년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지난해 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이후 가격이 조금 반등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우려는 많이 줄었는데, 높은 금리로 인한 부담은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작은 기관, 건설사 등에서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주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큰 문제 없이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데 금융안정 영향은.
▲ 금융위와 금감원이 들여다보며 조사하고 있다. 금융안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권과 소비자 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기 자본시장이나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
-- 한은 총재가 매 주말 정부 금융 기관장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한은이 정부에 동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한은이 정부를 만나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왜 생각하지 않나. 한은은 지금까지 좋은 보고서 등을 통해 정부에 많은 정보를 주기도 했고, 금통위 결정은 독립적으로 했다. 정부에도 한은 총재를 만나 독립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물어봐 달라.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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