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선거] ② "한국처럼 민주주의 위해 포기않고 싸울 것"

입력 2023-12-03 07:05  

[홍콩 구의원선거] ② "한국처럼 민주주의 위해 포기않고 싸울 것"
야당 '출마 원천봉쇄' 속 유일 야당 원로·정치평론가 인터뷰…"인내하며 길게 보고 노력"
홍콩 민주당 "입법회 의원도 구의원도 없지만 정치 아닌 다른 방식으로 봉사 방법 찾을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우리는 포기 하지 않을 겁니다.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한국인들도 과거에 그랬잖아요? 한국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싸웠듯 우리도 그렇게 해야죠."
홍콩 최대 야당이자 이제는 사실상 '유일 야당'인 민주당의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에밀리 라우(71)는 오는 10일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서 아무도 출마 자격을 얻지 못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바뀐 선거법에 항의해 2021년 12월 입법회(의회) 선거를 보이콧했던 민주당은 구의원 선거에는 후보를 내려고 했지만, 후보 등록에 필요한 관련 기관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서 출마가 원천 봉쇄됐다.
입법회 의원도, 구의원도 없는 정당이 돼버린 민주당도 앞서 자진 해산한 다른 야당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라우 위원장은 "우리는 자진 해산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19년 구의원 선거 때 민주당은 90명의 구의원을 배출했는데 이번에는 겨우 6명의 후보만 내겠다고 했는데도 그것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우 실망스럽고 충격적이고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들로 탈퇴한 당원은 없다. 비록 의원은 없지만 민주당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 사이에 좌절감과 체념이 퍼져 나가고, 아예 짐을 싸 홍콩을 떠나는 이들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를 포함한 여러 야권 인사와 활동가들은 긍정적 태도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입법회 7선 의원을 지냈고 민주당의 주석(대표)도 맡았던 그는 지난 2년여간 투옥된 민주 인사들을 면회 가거나 그들의 재판을 방청하며 보냈다. 여전히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동료가 있음을 알려주고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동시에 젊은이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나는 늘 젊은이들에게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투쟁했고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이야기한다"며 "우리는 당장 내일의 변화를 바라는 게 아니다. 길게 보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법을 어기지 않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법을 지키면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게 중요하다"며 "홍콩에서 많은 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갔지만 그럼에도 홍콩이 우크라이나나 가자처럼 전쟁 지역도 아니고 중국 본토와도 다르지 않느냐.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희망을 이야기했다.



언론인 출신 중국 관측통인 조니 라우(70) 정치 평론가는 "지금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선거 참여의식이 없다"며 "2019년에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너무나 뜨거웠지만 지금은 정치 환경이 절망적이라 선거 참여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투표하라고 독려하지만, 친중 진영에서만 출마한 탓에 사람들이 이번 구의원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 정부는 그러면서 선거 날에 경찰 배치를 늘리고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그러니 사람들은 선거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한다.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민의가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라우 평론가 역시 한국의 민주화 투쟁이 홍콩인들에게 교훈을 준다고 했다.
그는 "홍콩과 한국은 다르다. 홍콩이 한국처럼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인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투쟁하면서 민주주의를 성취한 것은 홍콩인들에게 교훈이 된다"고 언급했다.
라우 평론가는 홍콩 민주당의 앞길을 정부가 계속 가로막고 있지만 민주당은 해산하지 않고 계속 때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버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는 홍콩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나 변화는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수십 년 길게 보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꼭 정치가 아니어도 영화, 음악, 문학 등 소프트 파워를 이용해 생각을 표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법을 어기지 않고 개인의 안전을 우선시하며 영리하게 대처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이 '애국주의 교육법'을 제정하고 홍콩에도 적용하면서 현재의 홍콩 초등학생들부터 차근차근 변화시키려 한다고 지적한 라우 평론가는 "애국주의 교육이 시행된다고 해도 그게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가정교육이 있고 정신교육이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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