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APEC도 치렀는데…샌프란 떠난 이들 돌아올까

입력 2023-12-03 07:01  

[특파원시선] APEC도 치렀는데…샌프란 떠난 이들 돌아올까
범죄, 노숙인 소동 등으로 홀푸드 등 대형 유통 매장 폐쇄
주민도 떠나고, 구글 등은 내년부터 타지역서 행사 개최
APEC 계기 도로 정비·범죄 단속…中과 펜타닐 공급 차단키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지난달 11∼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끝났다.
APEC 회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다.
특히, 개최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달랐다. 1945년 유엔 국제기구 회의 이후 열린 가장 큰 국제 행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약, 범죄, 노숙인 등으로 사람과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다른 곳으로 엑소더스를 하던 시기에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샌프란시스코는 APEC이 이런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벗어던질 기회였다.
APEC이 끝난 보름 뒤인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다시 찾았다.
시내 중심가인 텐더로인 한쪽에는 APEC 기간 때 정비했던 깨끗한 도로가 유지되고 있는 듯했다. 이곳에 오면 먼저 맡게 되는 마약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다시 노숙인들이 도로에 천막을 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APEC 기간 다른 곳으로 이동했던 노숙인들이 다시 돌아온 듯해 보였다.
노숙인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에 금세 혼자 도로를 지나가기 불안한 마음이 다시 엄습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공격을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로 대표되는 미 서부의 유명 관광 도시이지만, 치안 불안 등으로 최근 수년간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엑소더스 중이다.
아마존 계열사이자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는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지만, 1년 만인 지난 4월 폐점했다.
잦은 범죄 피해와 노숙인들의 소동 때문이다.
이 매장에서는 이용자들이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거나 식료품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를 지르고, 매장에 대변을 보는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홀푸드의 뒤를 이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홈디포도 직원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고, 프리미엄 가구·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소노마도 내년에 매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 스타벅스와 약국체인 CVS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구역에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03개 소매점이 있었으나, 지금도 운영 중인 매장은 절반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APEC 회의가 열렸던 모스코니센터는 기업들의 주요 행사 장소다.
그러나 구글 클라우드는 매년 이곳에서 열었던 자체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를 내년부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기로 했다.
메타는 이곳에서 열 예정이던 '비즈니스 그룹 서밋'을 전면 취소했고, IBM 자회사 레드햇은 2024년과 2025년 행사를 각각 덴버와 올랜도에서 열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랜드마크 건물을 보유한 세일즈포스는 지난 9월 드림포스 행사를 열면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행사 장소를 옮기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드림포스 행사 기간 수많은 경찰이 진을 치기도 했다.
APEC 행사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 성과도 있었다. 시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주정부와 함께 범죄와 마약 단속을 강화했다.
샌프란시스코시 경찰국과 지방 검찰,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 및 주 방위군 인력 등으로 태스크포스가 꾸려졌다.
또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멕시코의 마약 밀매 조직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단속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로 쓰이지만, 중독성이 강해 이른바 '좀비 마약'이라 불린다. 과다 복용 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미국으로 불법 유입되는 펜타닐은 멕시코를 거쳐 불법 유입되고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펜타닐 원료의 주 공급원이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이 펜타닐은 골칫거리다. 지난해 1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펜타닐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647명, 올해에는 지난 9월까지 619명에 달한다.
이런 펜타닐 밀매가 줄어든다면 샌프란시스코로서는 마약 도시로서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범죄 및 마약 단속, 도시 청결 등 일련의 노력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는 탈바꿈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내년 행사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던 세일즈포스는 화답이라도 하듯 내년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도 세일즈포스의 뒤를 따를 것인지, 문을 닫은 다른 유통 업체들이 문을 다시 열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 시기도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고, 도시 정비를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보지 못한다면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이들은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도심의 길거리는 다시 노숙인들도 하나둘씩 채워져 가고 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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