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남겨진 미숙아의 비극…피란길서 돌아온 팔 간호사 눈물

입력 2023-12-04 11:35   수정 2023-12-04 21:13

병원에 남겨진 미숙아의 비극…피란길서 돌아온 팔 간호사 눈물
가자지구 알나스르 병원서 참사…의료진 대피한 사이 숨져
"이스라엘, '병원서 아기들 빼내겠다' 약속 어겨" 비판 분출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참혹하고도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의료진이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떠나면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숨진 미숙아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당시 이스라엘이 구급차를 보내 미숙아를 비롯한 환자들을 빼내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참사가 벌어진 곳은 가자지구 북부의 알 나스르 병원.
이곳에서 일하던 한 팔레스타인인 남성 간호사는 부모의 행방을 찾지 못한 미숙아 5명을 돌보고 있었다. 이 간호사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공습을 강화하고 이 병원 인근을 포위하면서 괴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 측 경고에 따라 병원에서 대피해야 했으나 미숙아들을 데리고 피란길에 오르기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휴대용 인공호흡기나 인큐베이터 등 생명 유지 장치가 없었던 탓에 아기들은 병원 밖을 나가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이 간호사는 설명했다.
이때 이스라엘 당국은 곧 구급차를 파견해 병원 내 환자를 구출하겠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인근 알란티시 소아암 센터 소속 한 관계자도 구급차가 알나르스 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환자를 빼내겠다는 확약을 받은 듯 보였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다.
실제 공개된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당시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측과의 통화에서 구급차를 요청했고, COGAT 고위 장교는 아랍어로 '문제없다고 답했다.
알 나스르 병원의 이 간호사는 고민 끝에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겨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된 아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을 잠시 병원에 두고 대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내 자식들을 두고 떠나는 것 같았다"면서 "데려갈 수 있었다면 그랬겠지만 산소 공급을 끊으면 아기들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을 갖고 피란길에 올랐지만 이는 그가 마지막으로 아기들을 본 날이 됐다.
이 미숙아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휴전 기간 알 나스르 병원 취재에 나선 한 기자에 의해 발견됐다고 WP는 전했다. 이들 4명의 아기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상태였다.

병원에서 숨진 아기들을 발견한 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매체 소속 기자 무함마드 발루샤다.
그는 병원에 남은 미숙아들이 전쟁통에 그대로 방치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휴전을 틈타 알 나스르 병원 취재에 나섰다.
이 병원에 도착한 발루샤는 처참한 광경과 마주해야 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다다랐을 때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면서 아직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시신들이 방치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발루샤는 이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앞서 피란길에 올랐던 간호사도 숨진 미숙아들이 자기가 돌봤던 아기가 맞는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샤니 사손 COGAT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알나스르 병원 직원들에게 대피하라고 지시하지도, 병원 내부에서 작전을 수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COGAT이나 이스라엘군이 이 미숙아들에 대해 보고받은 사항이 있는지,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도론 스필만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군 책임론을 일축했다.
미숙아들을 돌봤던 간호사는 아기들 시신을 찾으러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기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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