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쥐도 거울 속 자기 알아볼까…"거울 검사서 자기인식 유사 행동"

입력 2023-12-06 05:00  

[사이테크+] 쥐도 거울 속 자기 알아볼까…"거울 검사서 자기인식 유사 행동"
美 연구팀 "이마에 흰색 잉크 묻은 검은 쥐, 거울 앞에서 장시간 털 손질"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신으로 인식하는 능력은 사람 등 일부만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험 결과 생쥐도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고 자기 인식(self-recognition)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다카시 기타무라·준 요코세 박사팀은 6일 과학 저널 '뉴런'(Neuron)에서 거울 검사(mirror test) 실험에서 이마에 흰색 잉크가 묻은 쥐가 거울 앞에서 털을 손질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는 쥐가 거울 속 모습이 자기임을 인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추가 실험과 뇌세포 발현·활성화 검사 등을 통해 쥐가 자기 인식과 유사한 행동을 할 때 작동하는 뇌 신경세포 등을 확인하고, 동물에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신경 메커니즘도 일부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거울 검사는 동물의 자기 인식 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마취한 상태에서 이마 등 거울 없이는 볼 수 없는 곳에 잉크 등으로 묻힌 다음 거울을 볼 때의 반응을 관찰한다. 거울 검사를 통과한 동물은 유인원, 코끼리, 돌고래 등 극히 일부뿐이며 여러 종의 원숭이, 대왕판다, 바다사자 등은 이 검사에 실패했다.
연구팀은 먼저 검은 쥐의 이마에 흰색과 검은색 잉크를 다양한 크기(0.2㎠, 0.6㎠, 2㎠)로 바른 뒤 거울이 있는 영역과 거울이 없는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통 속에 넣고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마에 0.6㎠와 2㎠ 크기의 흰색 잉크가 묻은 쥐들은 거울 앞에서 털을 손질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임을 인식하고 털에 묻은 잉크를 지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흰색 잉크 크기가 0.2㎠인 쥐와 자기 털과 같은 검은색 잉크가 묻은 쥐는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지 않았다.
또 흰색 잉크가 많이 묻은 쥐 중에도 이미 거울에 익숙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다른 쥐와 어울린 경험이 있는 쥐들만 자기 인식 유사 행동을 보였다. 이는 사회적 경험이 자기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또 유전자 발현 조사를 통해 쥐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할 때 뇌 복부 해마의 뉴런(신경세포)들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뉴런들은 자신과 털 색깔이 같은 다른 쥐를 관찰할 때도 활성화했지만 흰쥐를 관찰할 때는 활성화하지 않았고, 이 뉴런들이 비활성화한 검은 쥐는 흰색 잉크가 많이 묻어 있어도 거울 앞에서 털 손질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젖을 뗀 후 사회적으로 고립된 쥐와 흰쥐와 함께 사육된 검은 쥐도 잉크 테스트에서 머리 손질 행동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자기 인식에 필요한 정보가 뇌의 복부 해마 뉴런들에 의해 생성되고 저장되며, 쥐가 자기 인식에 필요한 신경회로를 발달시키려면 비슷한 외모의 다른 쥐와 함께 사회적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실험은 쥐가 자기 외모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것이 반드시 '자기 인식'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코세 박사는 "이 쥐 모델을 이용해 쥐에서 자기 인식과 유사한 행동이 유도될 때의 신경회로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기 인식에 관여할 수 있는 다른 뇌 영역을 연구하고 서로 다른 영역이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고 통합하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euron, Jun Yokose et al., 'Visuotactile integration facilitates mirror-induced self-directed behavior through activation of hippocampal neuronal ensembles in mice', http://dx.doi.org/10.1016/j.neuron.2023.10.022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