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우크라戰 여파에 러시아서 결국 철수…재진출 여지 남겨

입력 2023-12-19 18:17   수정 2023-12-20 13:36

현대차, 우크라戰 여파에 러시아서 결국 철수…재진출 여지 남겨
2010년 공장 준공 후 13년만에 매각…전쟁 따른 판매 급감 영향
2년 바이백으로 되살 가능성 남겨…"매각금액 14만원, 바이백 고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기자 =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공장 준공 13년 만에 현지 생산을 접고 철수를 결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이번 매각에 2년의 바이백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에는 상당한 수준의 점유율과 인지도를 확보해 온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대신 전쟁 종식 이후 일정 기간 내 공장을 되사 재진출한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우크라 전쟁에 타격
현대차는 옛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부터 러시아 수출을 시작한 뒤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 9월에는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6번째 해외 생산 거점 공장을 준공했고,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는 러시아의 혹독한 기후를 고려한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액센트)와 해외시장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리오(프라이드) 등이 만들어져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는 러시아 내수시장에서 판매량 점유율 3위권을 차지하며 높은 인지도를 누렸다.
2020년에는 러시아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제너럴모터스(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은 지난 2021년 기준으로 23만4천대로, GM 공장까지 합치면 생산능력은 연간 33만대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에는 37만7천600대를 팔며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기아와 합산한 점유율이 러시아 내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입지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가동이 중단됐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이 막힌 탓이다.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현지 판매량도 곤두박질쳤다.
2022년 판매는 12만2천595대로 전년 대비 67.5% 줄었고, 올해에는 1만1천145대 팔리는 데 그쳤다.
현지 생산 인력도 구조조정됐다.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말 전쟁 여파와 공급망 대란에 따른 생산 감소로 감원에 착수했고, 이 공장의 현지인 근로자 2천200여명은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이후 유급 휴무 상태에 있었다.



◇ 현대차, 바이백으로 재진출 여지 남겨
다만 현대차는 러시아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팔며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었다.
공장 매각을 이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 정부 측이 당시 그룹을 이끌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에회장 측에 여러 차례 설립을 요청하면서 준공이 결정됐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0년 열린 준공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가 직접 참석해 공장에서 생산할 쏠라리스를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공장 매각 후 일정 기간 내 전쟁이 종식되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건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점유율과 존재감을 확보한 것도 완전히 발을 떼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차가 바이백 옵션을 활용해 러시아 공장을 현지 기업에 1만루블에 넘겼는데, 이는 단돈 1유로에 현지 공장을 팔고 철수한 닛산 등의 선례를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자동차기업 닛산과 프랑스 르노 등은 일정 기간 내 자산을 재매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걸고 1∼2유로에 현지 자산을 러시아 정부나 국영기업, 현지 합작사 등에 넘기고 철수했다.
만일 현대차가 바이백 옵션 기간 내에 공장을 다시 인수하지 못하면 단 1만루블에 현지 자산의 국유화 상황을 맞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1만루블이라는 매각금액은 바이백 조건도 고려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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