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롤러코스터' 탄 K-방산…정권교체에 잔여계약 '숙제'로

입력 2023-12-26 08:09   수정 2023-12-28 17:53

'폴란드 롤러코스터' 탄 K-방산…정권교체에 잔여계약 '숙제'로
10월 총선서 폴란드 정권교체後 기존계약 파기·조정 가능성 제기
한화에어로 K9자주포 308문·현대로템 K2전차 820대 등 추가계약 남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해 폴란드에서 '수주 잭폿'을 터뜨린 K-방산이 올해는 폴란드 정권교체 여파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폴란드 새 정부가 전 정부의 무기 계약을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계약 파기나 축소에 대한 우려와 기존 계약 유지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일단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잔여 계약 물량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 작년 K-방산 수출의 72%는 폴란드…정권교체 리스크에 '현기증'
26일 방산업계와 국방 당국에 따르면 올해 K-방산의 수출 계약 체결액은 130억∼140억달러로,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이 성사된 지난해 173억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K-방산 전체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2%로 절대적이었고, 올해도 32% 수준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올해 폴란드 수출 비중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국방 당국 관계자는 "2차 이행계약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는 2차 이행계약 협상 지연은 정부의 금융보증 지원 문제가 풀리지 않은 영향이 크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A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 내부의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총선이 있는 10월 이전에 2차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하자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으나 수출입은행을 통한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 한도가 부족해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월 총선 결과 폴란드의 정권교체가 현실이 되자 11월부터 외신을 타고 '한국의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당시 유력 외신을 통해 폴란드가 과거에도 군용 헬리콥터 50대를 프랑스로부터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가 이듬해 정권 교체 후 이 계약을 파기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 연합의 유력 정치인인 시몬 호워브니아 폴란드 하원의장이 지난 11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전 정부가 총선 이후 체결한 계약을 무효로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런 불안은 고조됐다.
특히 '총선 이후'인 지난 4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152문 등을 수출하는 내용의 2차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런 혼란은 지난 12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가 의회 국정연설에서 "부패가 연루된 경우를 제외한 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계약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다소 잦아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규모 잔여 계약을 남겨 둔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의 부패 수사와 정책 변화에 주목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엔 폴란드에서 수주 잭폿이 터져 업계가 어지러울 정도로 잔뜩 흥분한 상태였는데, 올해는 정권교체 리스크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 K9 자주포 308문·K2 전차 820대…잔여계약 '숙제'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와 맺은 기본계약에 따라 남은 잔여 계약 물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308문 잔여 물량과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820대 2차 계약 물량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8월 K-9 212문, 11월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 4일 K-9의 남은 계약 물량(460문) 중 일부인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을 체결해 기본계약의 46% 규모인 308문의 계약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현대로템은 1차 계약의 4.5배 규모인 820대 계약을 2차 계약 물량으로 남겨 두고 있다.
두 업체 모두 공식적으로 "폴란드와의 잔여 물량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차 계약 물량보다 잔여 계약 물량이 많은 탓에 내부적으로는 남은 계약을 원만하게 성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폴란드 수출 계약과 관련해 변화된 상황은 현재로선 없다"며 "기존 계약에 대한 수출 준비를 예정대로 하면서 폴란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위해 경남 창원에 있는 K-9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등 폴란드 계약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한 절차를 차근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차 계약에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폴란드 측이 K-2 전차의 기술이전을 통한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독일이 레오파르트 전차를 앞세워 폴란드 새 정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로템은 K-2 계약 고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 새 정부의 국방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는지 예의 주시하면서 현지 파트너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기존 계약이 무산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남은 잔여 계약의 내용이나 공급 물량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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